미성년

2019. 5. 11. 18:37Movie

남들은 어벤져스 볼 때 나는 엄마와 이모와 함께 미성년을 보았다. 막내가 미성년 엔딩에 브리 라슨이 나온다질 않나 스카이 캐슬 예서가 서울대 의대에 가는지 알수 있다고 허위 영업(!!!)을 하는 바람에 나 역시 기꺼이 미성년을 보게 되었다. 미성년은 김윤석의 첫 연출작이다. 들리는 항간에 의하면 연출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가 드디어 전면적으로 나선다는 소식은 꽤 흥미로웠다. 다만 어벤져스라는 초특급 대작이 미성년이 슬슬 입소문이 탈 때쯤 개봉하고 말아서 관이 얼마 없다는 게 슬펐지만 말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대원의 딸인 주리가 아빠 대원의 불륜 사실을 알면서 시작한다. 주리는 엄마 영주 몰래 대원의 불륜을 어떻게든 묻어보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아내는 영황이다. 불륜을 영화에 쓰면 보통 '뒤늦게 찾아온 나의 진정한 감정'으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큰데, 하지만 미성년은 스토리 내내 불륜을 결코 아름답게 미화하지도 않았으며, 사건 당사자들의 감정을 설득하려 들지도 않았다. 오히려 비윤리적이고 살면서 꼭 하지 말아야 할 짓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덕분에 대원의 무책임하고 뻔뻔한 행동은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게다가 중년의 대원보다 훨씬 어린 주리나 불륜대상인 미희의 딸인 윤아가 대원보다 훨씬 책임감 있게 이 상황을 해결하려는 모습은 반대로 나를 짠하게 만들었다. 영주가 눈물을 흘리며 고해성사를 하는 장면은 딸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척 하려하지만 결국 한 사람의 여자로 배신에 무너지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하마터면 나도 울어버릴 뻔 했다.

나름 나잇대가 있던 엄마와 이모도 나쁘지 않은 반응이었던데다가 나역시도 알맞는 러닝타임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토리를 유지하고 있어 괜찮았던 영화라고 생각한다. 비록 일생에 불륜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불륜을 한가정의 몰락으로 생각해왔던 나에겐 그동안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불편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미성년은 현실적인 불륜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비윤리적인 토픽을 더 이상 숭고한 것으로 치장하지 않은 영화가 더 많이 등장하길 바라며, 또한 여성 서사 위주의 영화도 앞으로 더 자주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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