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관람 후기

2021. 7. 29. 15:02Review

올해 상반기는 가고 싶은 회사가 있어서 거기에 집중했었는데, 이번에 또 떨어졌다. 이번에 말고 몇 번 더 상시 채용이 있었지만, 이번 채용이야말로 많은 자료를 보면서 나만의 비전을 꿈꾸며 강력한 펀치를 날린 것 같았는데 또 떨어지고 말았다. 슬픈 건 처음이었고 너무 허탈해서 친구랑 카톡을 주고받다가 기분 전환이나 하라며 해당 뮤지컬 표를 보내줬다.

오래간만에 예술의 전당 나들이‼ 전 회사 근처가 예술의 전당 근처라서 솔직히 가고 싶지는 않았는데, 친구가 내 생각해서 보내준 건데(ŏ﹏ŏ。)💦 하면서 출퇴근 루트가 아닌 전혀 다른 루트로 다녀왔다. 또 다른 루트로 다녀오니 전혀 새로운 곳을 다녀온 느낌!🤭 아무튼 색다른 기분을 느끼며 예술의 전당 도착🚩

 

내가 앉은 자리는 2층 C블록 맨 앞줄! 사실 친구가 더 좋은 자리 해주고 싶었다고, 지금 마지막 공연이 얼마 안 남아서 자리가 없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엄청 괜찮은 자리였다. 거듭 미안하다고 하길래 나도 몇 번이나 괜찮다고, 진짜 좋은 자리라고 해줬다(ㅎㅎ) 그리고 실제로도 2층인데도 잘 보였다! 내가 워낙 영상 매체에 익숙하다 보니, 배우 연기보다는 전체적인 화면을 보고 싶어 하는 니즈와도 딱 맞기도 했다.

왼쪽부터 티켓, 포토존, 마침 같이 상연되고 있는 <광화문연가> 포토존
<윤동주, 달을 쏘다> 캐스트 안내

내가 본 회차의 캐스트는 윤동주 역에 박영수 배우, 송몽규 역에 김도빈 배우!
무대 작품은 문외한이라 들어가기 전에 검색해보니 <윤동주, 달을 쏘다> 작품이 꽤 역사가 있는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초연을 2012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했었고, 2017년 공연에서는 요즘 펜트하우스 3에서 열연하고 있는 온주완 배우가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아, 그리고 윤동주 역의 박영수 배우는 무려 초연부터 윤동주 역을 맡고, 해당 작품을 제작한 서울예술단 출신의 배우였다! 솔직히 박영수 배우 연기는 긍정적인 의미로 할 말이 많은데 그건 뒤에서 더 다루기로😆👍 

내 좌석에서 본 무대 전경

앞에도 말했듯이 연극은 익숙지 않아서 처음에는 저게 무대 구성 끝인가 했는데, 보다 보니 스크린 뒤에 공간이 더 있었다. 스크린이 겹겹이 되어 있었는데, 저 스크린 활용을 기똥차게 한다. 특히 도일(到日) 후의 배경에서 일본 경찰에서 쫓기는 장면에서 물리적인 공간 한계를 스크린을 활용해서 해결하는데 처음 보는 나는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이외에도 전쟁에 미친 일본 사회의 분위기, 극 중에서 동주와 선화가 대화를 나누는 밤 씬 등 비주얼에 몰입이 필요한 부분에는 적재적소로 쓰였다. 

잠시 극을 소개하자면 극은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에 진학했을 때부터 시작된다.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에서 사촌 송몽규, 친우 강처중, 정병욱 등과 함께 우리 문화, 특히 우리 말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며 일제의 탄압에 저항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일제에게 저항하는 친구들과 달리, 자신은 이대로 문학을 고집해도 되는가 고뇌한다. 이때 가공인물인 이선화를 만나고, 이선화는 고뇌하는 윤동주에게 시는 창피한 게 아니다, 시인임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전한다. 그렇게 이선화를 통해 확신을 얻은 윤동주는 학업을 위해 일본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항일운동의 전개로 일본 경찰에 잡힌 윤동주는 곧이어 후쿠오카 형무소에 갇히게 되고 정체 모를 주사 맞는 윤동주는 목숨을 잃게 된다.

1막은 경성의 화려함과 윤동주와 친구들의 청춘을 다루다 보니 밝은 분위기에 서정적이지만, 2막은 배경이 배경이다보니 강렬하고 울분 넘치게 표현한다. 특히 윤동주 역의 박영수 배우가 후쿠오카 형무소 안에서 시 <별 헤는 밤>을 암송하는 장면은 모든 관객을 울리기 충분했다. <별 헤는 밤>은 고향인 북간도를 생각하며 쓴 시이기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에 소박하게 읽는데, 박영수 배우는 처절하고 세찬 목소리로 외워서 오히려 윤동주 시인의 항일 의지가 굳세게 느껴졌다. 의지를 넘어서 반드시 실현시키겠다는 믿음까지 느껴지는 연기였다.

사실 보기 전까지만 해도 아주 기대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박영수 배우의 마지막 신에 압도되서 다음에 상연된다면 다시 보고 싶어 졌다. 스토리 면으로는 이선화라는 가공인물을 통해 연애로 각성시키는 요소가 아쉬웠지만, 배우들의 연기력과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 미술 덕분에 재밌는 뮤지컬이었다!😆

예술의 전당 바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