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2019

2019. 6. 22. 15:37Review


이맘때면 어김없이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 올해도 다녀왔다.

고등학생 1학년 때 이 행사를 알고나서 부터 거진 매년 참관객으로 다녀오고 있는데, 이번년도는 여느 때보다 더 보람찬 도서전을 다녀온 거 같아서 기쁘다. 올해 도서전 주제는 '출현 Arrival', 그래서 그런건지, 올해 도서전은 다른 해보다 컨텐츠가 많아졌다고 해야하나? 새로운 이야깃거리들이 '출현'해서 오감을 사로잡은 느낌이었다.

올해 도서전 티켓, 내가 받은 티켓에는 모델 한현민이 점묘화로 묘사되어 있었다.

 

 

성황을 이루고 있는 자기만의 방 부스

올해 내가 제일 눈여겨본 부스는 '자기만의 방'

인스타그램에서 구독하고 있는 드로잉메리 작가님의 드로잉북인 <메리 피플>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된 '자기만의 방'. 인문, 철학, 역사책을 주로 출간하는 휴머니스트라는 출판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라고 해야하나?) 주로 에세이나 드로잉북을 출간하고 있다. 3월에 서평단 이벤트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의 가제본 책을 받았는데, 자기만의 방에서 추구하고 있는 생각과 주제가 좋아서 인스타그램도 팔로우하고 유튜브도 구독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자기만의 방이 도서전의 부스로 참가하게 되다니, 다른 출판사 다 제쳐두고 먼저 향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니 행사일동안 작가님들이 돌아가시면서 일일 점원을 하고 계셨다. 21일 금요일은 <빵 고르듯이 살고싶다>의 임진아 작가님과 <쉬운 일은 아니지만>의 홍화정 작가님이 함께 일하고 계셨다. 부스 책들을 구경하니 사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주머니 가벼운 백수는 결국 결정 장애가 찾아오고 말았다. 일단 다른 부스를 구경하고 마저 책을 고르기로 했다.

 

오분정도 줄을 서야 맛볼 수 있었던 튀김 소보로, 1개에 1,500원

도서전의 가장 하이라이트, 성심당

올해 도서전의 가장 큰 특징은 요리와 책이 만났다는 것. 그래서 이번 도서전에 특이한 부스가 참여를 했는데, 바로 성심당! 우스갯소리로 대전에서 갈 곳이 없다면 성심당을 데려가라고 할 만큼, 대전의 자랑인 성심당. 성심당에서는 <우리가 사랑하는 빵집, 성심당>이라는 책을 출간한 적도 있는데, 아마 주제와 인연이 닿아 책내는 빵집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참가한 것 같다. 덕분에 B홀로 들어서는 순간 갓 튀긴 튀김 소보로의 향이 훅 끼치면서 침샘을 자극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는데, 줄을 서는 동안 부스 안을 구경할 수가 있었다. 부스 안에서는 많은 제빵기사님들이 소보로를 튀기시느라 여념이 없었고, 나는 기름 속에서 이제 막 나온 튀김 소보로들을 고대했다. 성심당에서는 튀김 소보로 뿐만 아니라 튀김 고구마 소보로, 소보로 세트박스 그리고 다양한 카페 음료들도 함께 팔고 있으니 쉬었다 가기 딱 좋은 곳이었다.

 

먼 훗날 '그러게...' 소리가 안나오려면 페이스대로 부지런히 글을 써봐야겠다

'나만의 키워드로 글을 처방해드립니다' - 카카오 브런치 <작가의 서랍展>

작년 도서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스하면 독립서점 부스 중 책을 처방해주던 부스. 원래 그 서점의 서비스였는데 특별히 도서전에서도 열린 걸로 기억한다. 올해 도서전 이벤트 존에서도 그런 책 처방을 하는 곳이 몇몇 있었지만, 독특하게 '글'을 처방해주는 곳도 있었다. 바로 카카오 브런치의 <작가의 서랍展>.

카카오 브런치는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는 카피와 함께 등장한 퍼블리싱 플랫폼이다. 개인이 '작가'를 신청하고, 신청한 작가만이 글을 쓸 수 있는 형식으로, 대중적인 글쓰기 온라인 플랫폼이었던 블로그와 다르게 스킨을 꾸미고 방문자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글만 쓸 수 있다'는 장점하에 글 좀 쓴다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됐는데, 덕분에 브런치 출신 글들이 책으로 출간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카카오 브런치는 바로 이점을 이용해 서비스 내의 글들을 100편 정도 추려, 관람객들에게 처방해주는 전시전을 열게 되었다. 

내가 고른 키워드는 '글쓰기 스타터에게'. 그런 나에게 처방된 글은 '소설가라며 엄마 책은 어디있어?'. 제목만 보고 글을 꾸준히 쓰지않은 화자가 아이를 통해 스스로를 책망하는 글일줄 알았는데, 글을 쓰는 태도에 관한 글이었다. 마지막 한 줄로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글이었다. 

 

 

직접 빵사인 해주시고 사진도 찍어주신 임진아 작가님

그래서 내가 산 책, <빵 고르듯 살고싶다>

성심당 튀김 소보로가 너무 감명깊었던 것일까? 오늘의 책은 여러 부스를 다녀와서도 좀처럼 결정되지 않았다. 튀김 소보로의 알찬 단팥맛이 채 가기도 전에 <빵 고르듯 살고싶다>라는 제목을 보고 말았다. 이게 운명이라면 운명이겠지 하고 대차게(?) 골랐다. 10% 할인된 금액에 귀여운 빵갈피와 작가님의 빵사인까지! '오늘 하루 빵빵하네.'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강연

출구를 통해서 나가려는 찰나 큰 박수소리가 들렸다. 바로 '과학문화의 출현'이라는 주제강연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번 주제강연에서는 독서 유튜버로 잘 알려진 김겨울 님과 알쓸신잡 시리즈에 출연하신 김상욱 교수님 두 분이 진행하고 있었다. 김상욱 교수님은 과학과 인간 사회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과학의 정의를 통해 설명하셨고,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지식이 아닌 교양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하면서 과학책 역시 많이 읽어주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안타깝게도 두 분이 대담형식으로 진행되는 시간은 못 들었지만, 인문학책이나 소설, 에세이책 위주인 독서습관을 다시 돌아보게된 강연이었다.

 

강연을 마지막으로 나의 올해 도서전도 끝! 내년에도 또 참가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때까지 또 책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