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bbat X12 pro 개봉기 및 후기

2019. 6. 26. 20:41Review

나는 안드로이드 외길인생 n년차다. 맥북과 아이패드 그리고 아이패드의 삼위일체가 나를 흔들어도 결코 눈동자도 굴리지 않았지만, 에어팟을 본 순간 잠시 흔들렸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에어팟 하나로 안드로이드를 버리기는 힘들었다. 삼성에서 이미 아이콘 시리즈라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내놨었지만 (처참하게) 죽을 쒔고, 아직 사람들은 유선 이어폰이 당연했었으니까. 하지만 갤럭시 버즈가 도래하매, 바야흐로 춘추 전국 와이어리스 이어폰의 시대가 도래했다. 안드로이드도 이제 줄엉킴 없는 음악 감상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덕분에 안드로이드에서는 에어팟과 호환이 좋지 않다는 평에 반(半) 강제였던 유선 이어폰파들도 갤럭시 버즈로 갈아타면서 블루투스 이어폰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다만 나는 고려해야 할 것이 있었다. 커널인가 오픈인가! 안타깝게도 갤럭시 버즈는 에어팟과의 차별성을 위해 커널형을 채택했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블루투스 이어폰에 대한 희망을 접어야 하나 싶었다. 심지어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QCY도 커널형이 유명했다. 정녕 유선 이어폰을 접을 수 없는 건가 단념하던 찰나, 실낱같은 제품을 발견했다.

Sabbat X12 Pro, 중국발 저가 블루투스 이어폰 주제에 오픈형인데다가 블루투스 5.0USB-C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주머니가 가벼운 백수, 최선을 다해 리뷰를 찾아보고 이리 재고 저리 재보다 결국 질렀다. 위메프에서 36,900원으로 저렴하게 모시고 있었다. 그리고 배송을 1주일 정도 기다렸나, 따끈따끈하게 어제 아침에 배송되어 왔다. 색상은 화이트와 핑크를 고민하다 핑크는 질릴 거 같아서 화이트로!

 

# 언박싱

케이스만 보자면, 중국제품에서 으레 보이는 싼마이스러움은 덜하고 엠보싱 있는 재질을 사용해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사실 여전히 저 사슴벌레인지 사마귀인지 모를 로고 디자인은 정말 별로지만, 폰트는 나쁘지 않은 거 같다. 사실 박스 밖에 있는 제품 사진에 무슨 무지개 가루 같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길래 이름만 화이트고 저딴 디자인을 보내온 건가 싶었지만 다행히 저건 그냥 멋 부리 기용 같은 거였다.

 

뚜껑을 열면 먼저 간략한 사용설명서가 나온다. 중문판과 영문판 두가지가 앞뒤로 구성되어 있는 모양. 특별한 건 없었다. 그리고 퀵스타트 가이드. 이것도 역시 앞뒤로 영문판과 중문판으로 구성됨. 블루투스에 처음 연결하는 거라면 저 사용설명서보다는 이 퀵스타트 가이드를 보면서 하는 게 빠르다. 그리고 설명이 더 간결한 느낌.

 

진짜 구성품. 일단 사용 설명서, 퀵 스타트 가이드를 빼면 나오는 초기 구성품 상태가 유닛, 충전 겸 보관 케이스, 인 박스 이렇게 세개. 다시 인 박스를 열면 케이스를 보관할 수 있는 주머니, USB-C타입 케이블, 품질 인증서, 이어팁이 두 쌍 들어있다.

개인적으로 이어팁을 색상에 따라 한 쌍씩 들어 있는 게 인상적이다. 보통 색깔에 맞춰 이어팁이 들어있는데 Sabbat은 아예 두 쌍을 주는 배려심! 게다가 케이스 보관 주머니도 상당한 친절함이 엿보이는 구성이다. 나는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TPU 케이스를 하나 살거라 쓰지는 않을 거 같은데, 그래도 없는 거보다는 낫지. 아마 애플놈(?) 삼성놈(?)들은 사용자를 이해하는 마음 따위는 가볍게 생략하고 없었을 게 분명하다. 

(+추가 : 저 보관 주머니 이어팁이랑 다 같이 보관할 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사진 아니고 오른쪽 유닛, 왼쪽 유닛이다. 지금도 착용하면서 쓰고 있는데, 착용감은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 예전에 오픈형 이어폰 중에서 가성비로 소문난 제품 중에 미니소 제품이 있었는데 그 착용감과 비슷하다. 어느 제품인지 찾고 싶었는데 미니소몰이 현재는 닫혀있는 관계로 못 찾겠다. 아무튼 내 귀가 작은 편이라 유닛 자체가 커서 빠질 거 같은데 희한하게 안 빠진다. 그동안 봤던 리뷰가 단박에 이해 가는 착용감. 

 

그리고 충전 겸 보관 케이스. 내가 손도 작은 편인데 한손에 들어온다. 갤럭시 S8과 비교했을 때 높이는 1/4 크기, 너비는 1/3 크기 정도. 가볍긴 한데 에어팟 케이스에 비하면 뚱뚱하다. 아무래도 길쭉한 부분이 없고 유닛 자체를 눕혀 넣는 형태라 그런 듯. 뒤편에 이음새랑 케이스 충전 잔량을 확인할 수 있는 LED 램프가 있다. 그리고 유닛을 케이스 안에 넣으면 저렇게 불이 들어온다. 아직 충전 중이라 빨간등이 켜져 있고, 완충되면 램프가 꺼지는 것 같다.

 

 

# 사용후기

1. 음감
막귀라서 음향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 하지만 이어폰의 본질은 음악 감상이므로, 막귀라도 표현가능한 범위 내로 설명해보려고 한다. 일단 내가 이전까지 사용하고 있던 모델은 소니의 MDR-E9LP. 이 제품도 인터넷 최저가 5,000원을 상회하는 금액부터 시작하는 가성비 제품이다. 잘 고장나지 않는 점이 최대 장점이지만 플랫한 음감 표현이 단점이다. 그리고 사용 환경은 갤럭시 S8, 돌비 아트모스 모드를 사용 중이다. 참고로 음악 플레이어는 VIBE(구 네이버 뮤직). EQ는 베이스 강조로 틀어놓았다. 소니에 비하면 확실히 베이스가 꽉 찬 느낌. 그렇다고 고가 장비처럼 풍부하고 자세한 소리가 들리는 건 아니고, 이전에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랑 비교하면 플랫한 느낌이 없다는 뜻.
(별점 5점 만점, ★★★)

2. 페어링
뚜껑 열자마자 페어링이 되는건 잘 모르겠고, 귀에 끼자마자 페어링이 된다. 핸드폰이 대기모드일때도 페어링은 빠릿빠릿하게 Connected! 하고 명랑하게 외쳐준다. 사실 페어링을 설정하는데 사용자 설명서에 없어서 검색하고 알았는데 왼쪽부터 페어링 하고 오른쪽을 페어링 하란다. 뚜껑 열고 처음 착용하는데 페어링 안돼서 진땀만 뺐다. 참고로 노트북과의 페어링도 완벽하게 합이 좋았다. 
(별점 5점 만점, ★★★)

3. 동영상과의 싱크율
이 제품을 샀을 때 가장 걱정했던 게 '동영상을 볼때 싱크가 괜찮을까'였다. 나는 노트북으로도 핸드폰으로도 영화나 드라마, 뉴스, 강의 등 많은 영상매체를 보는 편이다. 만약 영상을 볼 때 싱크로가 안 맞는다면? 나는 음질이 좋고 편리하고 다 떠나서 안 썼을 것 같다. 자막도 싱크로가 안 맞으면 묘하게 화딱지가 나는데, 이어폰이 그런다면 더 성질 날 듯. 일부러 내 귀에 들리는 음성과 현재 영상 속 인물이 말하고 있는 입모양의 싱크로를 따졌는데 잘 맞았다. 
(별점 5점 만점, ★★★)

4. 착용감
이 제품의 계륵, 착용감에 말할 차례다. 귀가 작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 제품의 착용감에 대해 평가하라고 하면 아마 반절이상은 착용감에 낮은 점수를 줄 것이다. 나는 귀 작은 사람 중에서도 귀가 특별하게 작다. 오죽하면 우리 엄마는 밥을 그렇게 먹고 왜 귀만 안크냐고 했을 정도니까. 이 제품의 착용감은 구리다(!) 이어폰이 특별하게 잡아주는 게 없다. 한번 꼽고 살짝 돌려줘야 그나마 좀 안정감 있게 귀에 붙어 있는 정도. 왜 에어팟이 콩나물 대가리 같은 디자인을 채택했는지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 근데 그래도 내가 Sabbat 제품을 써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이 구린 착용감 속에서도 이어폰은 찰떡같이 귀에 붙어있는다. 오늘 운동하면서 트램펄린을 좀 뛰었는데, 이게 묘하게 떨어질 듯 말 듯하면서 귀에 있는 거다. 게다가 블랙 무광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유광인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유광이 기름에 잘 미끄러져서 운동할 때 진짜 신경 쓰인다. 여름철 외출이나 운동할 때는 이어팁을 끼는 게 낫지 않나 싶다. 
(별점 5점 만점, ★★)

요즘 특별히 외출할 곳도 없고 시간도 안 맞아서 지하철이나 버스, 번화가에서 이어폰을 듣는 건 아직 안해봤다. 다만 예전에 봤던 리뷰들에서 한결같이 끊기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하니, 이 부분은 걱정된다. 이틀 차 사용 중이지만 아직 끊김 현상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충적인 인상은 꽤 사용할만하다. 구린 착용감이지만 귀에 잘 붙어 있다는 점, 무엇보다 와이어리스의 편리함이 계속 사용하게 만드는 이유인 것 같다. 추가적으로 덧붙일 말이 있으면 붙이겠지만 아직까지 총체적으로 만족!

 

 

2019. 6. 27 추가
케이스 배터리 지금까지 3일 연장으로 쓰고 있는데 내일까지 쓰면 소진 될 것 같다. 일단 충전을 자주 안시켜도 된다는 점에서 엄청난 편리성이 느껴진다. 지금 오른쪽 귀 안에 뾰루지인지 뭔지 모를 게 나서, 오른쪽 유닛 착용감을 측정불가고 왼쪽 유닛은 그래도 많이 익숙해졌다. 귓속에 유닛을 꽂듯이 꼽아서 살짝 비틀어주면 그나마 안정감 있게 착용된다. 아, 이어폰을 꼽고 주방이나 거실 쪽으로 나설 수도 있다. 블루투스 이어폰의 가장 큰 장점은 행동의 자유에서 오는 편의인가 보다. 
2019. 7. 28 추가
출근하면서 유동인구가 (너무) 많은 곳(ex. 신도림역, 강남역)은 끊기는 게 당연하긴 한데, 가끔씩! 진짜 어쩌다 한번씩! 끊길 때가 있다. 끊겨서 아무 소리도 안들리는 건 아닌데 약간 버퍼링 걸리는 것처럼 소리가 나온다. 그래도 3만원대 제품이라 싼 게 비지떡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배터리는 정말 만족스러운 편. '어, 충전해야하나' 싶다가도 그 시점에서 이틀정도는 더 쓸 수 있어서 4~5일에 한번씩 충전하고 있다. 뛸 때는 확실히 안정성이 덜하긴 한거 같다. 버스 놓칠까봐 엄청 열심히 뛰다가 유닛이 빠져나가려는 느낌을 받았다. 러닝 운동하시는 분들은 사시더라도 꼭 이어팁 끼고 착용하시는게 좋을 듯 싶다. 
그리고 얼마 전에 집 나서면서 충전박스를 한번 떨어뜨린 적이 있었는데, 고장이 안 났다...! 처음에 오른쪽 유닛이 충전이 안되길래 '망했다...' 싶었는데 페어링 모드해서 왼쪽 유닛이랑 페어링 시켰더니 다시 멀쩡하게 나오더라. 중국산 답지않은 엄청난 내구성에 다시 한번 놀랐다.
2019. 9. 30 추가
최근에 한쪽 이어폰만 들리고 유닛 간 페어링이 안되길래 한 일주일간은 듀얼 오디오 모드로 썼다... 알고보니 가끔 이런 이슈가 생긴다고 한다. 이때 블루투스 검색을 해보면 Sabbat X12 Pro_R이라는 기기가 뜨는데 이게 오른쪽 유닛 정보다. 핸드폰이 듀얼 오디오 모드가 되면 이럴 땐 Sabbat X12 Pro과 Sabbat X12 Pro_R 모두 기기에 연결해서 쓰면 되는데, 문제는 잘 듣다가 싱크가 안 맞아서 너무 거슬린다. 이걸 '듀얼 모드'라고 한다. 가끔 기기가 다른 스마트 폰에서 소리를 따로 듣고 싶을 때 사용한다. 아무튼 이렇게 쓰다보면 잘 듣던 음악도 왼쪽과 오른쪽 유닛의 싱크가 안 맞아서 돌림노래가 되는데, 이럴 땐 핸드폰(스마트폰 기기)에서 Sabbat X12 Pro과 Sabbat X12 Pro_R 정보를 삭제하고, 잠시 블루투스 기능을 끈다.  그 다음 양 유닛의 귀에서 빼서 동시에 버튼을 꾹 눌러주면 'Power off'하면서 유닛이 꺼진다. 그 다음 꺼진 유닛의 버튼을 다시 꾹 눌러주면 'Power On'하면서 유닛이 켜지는데 여기서 손을 떼지 말고 유닛의 불빛이 꺼질때까지 눌러준다. 다시 충전독에 넣어주고 빼주면 초기화 완료 이때 유닛들 끼리 페어링되면서 'Devices connected'를 외친다. 그럼 다시 핸드폰 블루투스 기능을 활성화시키면 왼쪽 유닛의 블루투스 명인  Sabbat X12 Pro만 나타난다. 아마 한번해서 성공하는 경우가 있지만 여러번 해야 성공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나는 포기했다가 일주일 후에 다시 했더니 됐다. 근데 이 이슈는 Sabbat 제품 뿐만 아니라 듀얼 모드를 제공하는 기기라면 한번씩 발생되는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