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2019. 12. 28. 19:22Movie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감독 두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어김없이 박찬욱과 봉준호를 꼽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미쟝센이 섞인 스타일을 좋아해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더 좋아하지만, 가끔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보고있자면 소재의 특이성과 그 디테일에 자꾸만 보고 싶어진다. 이번에 본 옥자도 마찬가지다. 유전자를 조작한 슈퍼돼지와 시골 소녀의 눈물나는 우정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아이러니를 느끼면서도 호기심을 부치기는 소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옥자>가 국내에 처음 공개됐을 때 극장에서 며칠 정도 상영되는 동안 꼭 보고 싶었다. 다만 장소나 시간이 너무 한정적이라 보지는 못하고, 결국 이번에 넷플릭스를 무료체험하면서 보게 되었다.

줄거리를 잠시 소개하자면, 미란도 그룹에서 유전자를 변형한 슈퍼돼지를 만들게 되고 전세계에 보내 경쟁을 시킨다. 그 중 미자의 할아버지도 미란도 그룹이 뽑은 슈퍼돼지의 양육자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미자는 옥자라는 슈퍼돼지와 산골에서 한 가족이나 다름없이 성장하는데, 슈퍼돼지 콘테스트 일정이 다가오면서 미란도 그룹은 옥자를 뉴욕으로 데려가려고 한다. 미자는 옥자를 다시 찾기 위해 혼자 서울로 올라가고 그곳에서 미자와 마찬가지로 옥자를 구하기 위한 동물보호단 ALF와 만나기도 한다. 마침내 미자는 슈퍼돼지에 대한 미란도 그룹의 의중을 알게 되고 뉴욕까지 찾아가며 옥자를 구하기 위한 처절한 사투를 그린 영화다.

<옥자>를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올랐던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전작 <괴물>.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간에,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만들어진 '생명체'를 다루는 시선이 많이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결과는 너무 다르지만 그 생명체에 대한 측은지심은 그닥 다르지 않았다. 이외에도 <옥자>만의 특별한 시선이 있다면 '육류소비에 대한 경각심'이라고 생각한다. 평생을 육류를 소비해오면서 동물에 대한 감사함도 없이 섭취해왔다는 것에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미자'와 '옥자'의 우정보다는, 인간이 그동안 음식으로 소비해왔던 동물들에 대한 방식을 고민해보았다. 이외에도 영화 안에서 여성이 사용되는 롤이 여타 다른 영화보다 적극적이고 주체적이어서 불편함없이 볼 수 있었다는 점도 참 좋았고, 특히나 미자 역의 안서현 배우의 표정 연기가 너무 좋았다. 앞으로 주목할 만한 배우를 찾은 거 같아 덕분에 더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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