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

2019. 12. 28. 19:47Movie

 

크리스마스 때 가족들과 모여 영화를 보는 것 만큼 즐거운 시간은 없다. 최근에 긴 시간동안 집중을 요구하는 일들을 (심지어 책이나 영화를 보는 일도) 잘 해내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크리스마스에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바로 <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이하 주먹왕 랄프 2) 를 보게 되었다. 사실은 올해 초에 보려고 마음을 먹었었다가 생각보다 불호 감상평이 더 많아 관람을 포기했던 영화였는데, 의외로 괜찮은 애니메이션이었다.

<주먹왕 랄프 2>는 1편이 완료되고 약 6년의 시간이 지난 시점부터 시작한다. 바넬로피와 랄프는 이후로도 좋은 친구로 지낸다. 그러다 바넬로피는 슈가 러쉬가 재미없어지는데, 그도 그럴게 6년동안 같은 맵의 루트를 다녔으니 지겨워질 만도 한다. 이 고민을 들은 랄프는 바넬로피를 위해 새로운 루트를 만들어주지만, 그것 때문에 슈가러쉬의 게임기가 고장나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슈가러쉬를 만든 회사는 이미 망한 상태였고, 게임 부품을 사기 위해선 200달러가 필요했는데 이는 오락실을 운영한 주인 아저씨께는 큰 부담인 돈이었다. 결국 아저씨는 슈가러쉬 게임을 금요일에 고물상에 팔기로 한다. 랄프와 바넬로피는 주인 아저씨대신 부품을 구하기 위해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 세상으로 떠나게 된다. 이 영화는 바넬로피와 랄프가 인터넷 속을 탐험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그렸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건 패킷같은 네트워크 구성요소부터 시작해서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것들을 비주얼적으로, 그 개념에 맞게 나타냈다는 점이었다. 인터넷 속을 활보하는 사람들을 아바타로 표현하거나, 검색 포털 사이트를 도서관이나 박사 이미지를 나타낸 것도 굉장히 기발했는데, 그 중에서 광고 팝업 사이트들을 길거리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처럼 표현한 것들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래서 이런 볼거리를 통해서 인터넷속에서 이뤄지는 선순환외에도 악순환을 애니메이션, 그것도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고 있어서 사이버 윤리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용 애니메이션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전에 보았던 불호평은 바넬로피의 행동과 두 메인 캐릭터의 관계성이 전편 스토리와 모순적이어서 나왔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2편 단독으로 봐서는 개연성은 많이 떨어지지 않았고, 애니메이션을 가볍게 보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영화였다. 혹시 스타워즈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디즈니 팬들이라면 깨알같은 스타워즈 캐릭터나 디즈니 프린세스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으니 한 번쯤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산의 부장들  (0) 2020.02.14
정직한 후보  (0) 2020.02.14
옥자  (0) 2019.12.28
82년생 김지영  (0) 2019.11.01
엑시트  (0) 2019.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