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

2019. 9. 18. 21:58Movie

나는 유행에 관해선 청개구리다. 아직도 내 안에 중2 감성이 살아있는지 남들이 재밌고 핫하다는 것엔 놀랄만큼 반응하고 싶지 않아진다. 영화도 예외일 수 없는게, <엑시트>가 한참 흥할 때는 별 흥미가 없다가 드디어 친구와 보고 오게 됐다. 유행의 여부를 떠나 개인적으로는 조정석 배우의 연기는 좋아하지 않기도 했고, 영화 예고편을 보면 일반적인 코믹영화의 억지스러운 문법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 <엑시트>를 그렇게 기대하지 않은 것도 있다. 하지만 이번 추석 시즌 신작들이 기대이하의 평을 받는 것에 대해 너무 실망해, 결국 <엑시트>를 선택하게 됐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평이한 가족 영화와 다름없지만, 진부해질 수 있는 '재난'이라는 소재를 영리적으로 이용한 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적절하게 섞인 한국식 신파와 재난상황 탈출 과정 중 있는 흔한 클리셰를 따라가지 않으려는 노력이 잘 비벼져 그동안 지루하게 생각했던 한국형 재난영화를 재발견할 수 있었다. 게다가 엑시트의 연출 자체가 기본에 매우 충실해 깔끔한 영화라는 인상을 얻게 되는 것 같다. 많은 영화들이 인물과 사건을 잇는데 모순적으로 다뤄서 '떡밥 미회수'나 '캐붕'이라는 지적을 듣곤 하는데, 엑시트는 인물을 평면적으로 바라보지 않되 사건의 상황과 알맞게 이어지도록 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영화가 보여주는 후일담 스토리도 없다는 점이 영화의 뒷 맛을 신선하게 해주는 것 같다. 친구와 나 둘 다 이용남의 대기업 취용스토리나 이용남, 정의주 두 남녀 주인공의 결혼 엔딩을 예측했는데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개인적으로 저런 진부한 엔딩이 있었다면 영화가 느끼해졌을거라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이 두 가지도 좋았지만 이외에도 소소하게 좋은 점이라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탈출장면 연출을 꼽고 싶다. 덕분에 영화가 쫄깃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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