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2020. 2. 14. 01:37Movie

 

나의 영화관 데이에 본 두번째 영화, <남산의 부장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개봉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순전히 '미장센' 때문에였다. 디자인을 정식적으로 배운 건 아니지만, 비주얼적으로 영상미나 미술이 뛰어난 영화는 늘 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보려고 여러번 시도했지만, 왠지 극장에서 보는게 아니라서 집중력이 떨어져서 실패했지만 말이다. 이외에도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단언컨대 이병헌의 연기도 이유에 포함될 수 있다. 인간 이병헌의 사생활은 누가 힐난해도 할말이 없다지만, 배우 이병헌의 연기를 아무도 엉망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병헌을 늘 길티 플레저로 삼아왔고(😂), <남산의 부장들>도 응당 마찬가지였다.

다들 알다시피 이 영화의 배경은 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을 모티브로 한 동명의 소설 <남산의 부장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나는 그 시대에 실시간으로 살았던 사람이 아니라, 그저 여러 명대사들을 인터넷 밈으로 접해서 이렇게 무겁고 차가운 정치 느와르의 느낌은 또 어떨까 싶었다. 근데 관람하면서 든 생각은 정치 느와르보다는 후궁암투물 같은 느낌이 더 들었다. 물론 이병헌이 맡은 김규평 역은 점점 암투보다는 조금 복잡한 감정으로 결말에 치닫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내가 있잖아, 임자 맘대로 해.'라는 대사나 곽상천 비서실장이 박 대통령을 대하는 몸짓들은 꼭 왕과 애첩같다는 느낌을 쉽사리 잊기는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로비스트 데보라 심의 캐릭터였다. <미성년>에서 열연을 보여줬던 김소진이 분해 이번에도 세련된 70년대 한국 여성을 보여주었지만, 데보라 심의 캐릭터는 아무래도 우민호 감독의 전작 <마약왕>에서 배두나가 분한 김정아 역의 복사+붙여넣기 수준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좀 더 차별화된 캐릭터였거나, 그냥 스쳐지나가는 캐릭터로만 사용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영상미를 기대하고 본 영화였는데, 배우들의 연기가 오히려 나를 영화 속으로 빠지게 만들어줬다. 이병헌은 물론 당연했지만, 이성민이 이렇게 디테일하게 연기했던 사람이었나 싶었다. 티비 드라마에서 스치듯이 봐서 그래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박정희 대통령과 이목구비는 다르지만 헤어 스타일이나 자료화면으로 많이 본 것 같은 사소한 행동, 최대한 목소리를 비슷하게 내려고 하는 느 노력이 박 대통령이라는 역할을 더 악역으로 만들어준 것 같다.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는데 김규평이 박 대통령과 관련해 포인트가 되는 장면마다 앞머리를 쓸어 올리는데,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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