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

2021. 1. 30. 02:05Movie

요즘은 아무래도 평탄하고 잔잔한 스토리가 좋다. 사는 게 싸움 같아서 그런가, 예전처럼 위기가 잦고 주인공의 넘치는 재주는 더 이상 보기 힘들어졌다. 영화를 볼 때면 나를 투영하곤 한다. 아니 나를 투영해서 본다. 그래야 단순한 삶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호수 물결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 발단-전개-전개-전개, 그리고 결말. 특히 해피엔딩의 결말을 맞이하면 마음이 그렇게 따뜻해질 수 없다. 살아가는 힘을 얻는달까, 언젠간 나도 저 인물들처럼 될 거 같다는 희망을 봐서 일수도 있겠다.

<카모메 식당>은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봤을 영화였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특히 일본의 수사물이라던가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했던 어릴 때의 나로서는 그런 재미를 잘 몰랐었다. 오늘 마침 엄마랑 <출발! 비디오 여행> 재방송을 보고 있는데, 숨보명 코너에서 이 영화 소개가 나왔다.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의 식당 운영기가 너무 재밌게 소개돼서 단숨에 매료되고 말았다. 결국, 야심한 밤에 엄마랑 둘이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사치에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카모메 식당'을 하고 있다. 낯선 동양인이 식당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식당에 손님이 하나도 오지 않던 와중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젊은 남자 토미가 그에게 '갓챠맨'의 노래를 아느냐 묻는다. 첫 소절 이후 전혀 생각나지 않던 사치에는 계속 흥얼거리다, 서점에서 미도리를 만난다. 미도리는 일본에서 훌쩍 핀란드로 떠나왔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인물이다. 그렇게 갓챠맨의 노래 가사를 알려주게 된 미도리는 사치에에게 같이 지내는 것이 어떠냐 제안한다. 미도리는 그 이후 카모메 식당에서 일을 거들며 지내게 된다. 한편 마사코는 짐을 잃어버리다 우연히 카모메 식당에 들어온다. 언제까지나 짐을 잃어버린 채 있을 순 없었던 마사코는 쇼핑도 하고 숲에도 다녀오면서 자연스럽게 카모메 식당을 함께 돕게 된다. 이 영화는 그렇게 세 여자가 함께 하는 카모메 식당을 중심으로 강이 흘러가듯 잔잔한 일상을 그려낸다.

이 영화에서 마치코가 사치에에게 '좋아보여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네요.'라는 대사를 던지는데 이때 사치에가 하는 대사가 더 인상 깊었다. '그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지 않는 것뿐이에요.'. 어쩜 이렇게 마음의 종을 울리는 말이 있을까 싶었다. 최근 상황이 상황이라 그런가, 늘 조급하기만 했던 나에게 던지는 위로 같기도 해서 울림이 더 컸던 것 같다. 사는 목적을 따로 찾지 않고, 사는 것에 목적을 두는 사치에를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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