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교실

2021. 5. 2. 19:14Movie

일본어를 배우는 가장 흔한 루트라고 하면 보통 애니메이션을 꼽는데, 나는 이상하게 일본 애니메이션을 잘 보지도 않고 크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예전부터 이누야샤, 가정교사 히트맨, 은혼 같은 이른바 명작들도 이름만 들어보고 대충 밈 정도만 아는 정도였다. 다만 <암살교실>은 조금 특별한 게 대학생 때 명절에 집 근처 만화방에서 빌려본 만화책이었는데, 당시 역시 크게 감흥이 없었다. 그러다 왓챠 목록을 보다 강지영이 보이길래 그냥 무심코 선택해서 보게 됐다.

암살교실은 한 명문 중학교의 꼴통 반인 3학년 E반을 배경으로 하는데, 이때 외계 생물체 살생님이 바로 3학년 E반의 선생님으로 등장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살생님은 달의 70퍼센트를 날리고, 내년에는 지구를 없애버리겠다고 하는데 어쩐지 3학년 E반의 선생님으로 일하겠다는 제안을 한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3학년 E반 학생들에게 조건을 하나 건다. 살생님을 죽이면 이를 성공하면 성공보수 100억 엔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이다. 결국 3학년 E반 학생들과 살생님은 사제지간으로 또는 암살자와 타깃으로 성장해 나가는 소년 학원물이다.

영화는 여기에 약간의 장치를 거는데, 바로 1편에서 살생님의 목소리를 누군지 모르게 하는 것. 2015~16년도 영화라서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다 알았던 거 같은데, 다시 검색 해보니 니노미야 카즈나리였던 게 놀랐다는 의견도 많다. 개인적으로 니노미야 카즈나리의 방송 캐릭터를 알아서 그런지, 살생님과 찰떡으로 느껴졌다. (특히 특유의 누루후후후후 하는 웃음이...) 그리고 니노미야처럼 내추럴한 연기 스타일을 좋아해서 알고 보니까 훨씬 더 재미가 느껴졌다. 아, 그리고 나는 암살교실에 야마다 료스케가 나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스다 마사키가 나와서 놀랬었다. 내 안의 연기자 스다 마사키는 독립영화형 배우라서 그런가, 이런 학원물도 꽤 잘 어울린다는 걸 발견했다. 대신 강지영이 분했던 이리나 역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여성 캐릭터라 씁쓸했지만, 학원물이라면 한 명씩 있을법한 뚝딱이 배우도 없어서 매우 만족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원작에 비교하면 바뀐 스토리도 있고 생략된 스토리가 더 많아서 단순한 학원물에 불과한 줄거리였지만, 개인적으로 암살교실 졸업편 마지막 엔딩은 감동적이었다. 이름만 선생님이 아닌 진짜 학생들을 가르치고 성장시키는 존재로서의 선생님의 의미를 되새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학생들이 점점 살생님과 함께 진보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용기도 얻기도 했다. 또 원작이 깔끔하게 21권으로 끝나는 터라, 한번 제대로 각 잡고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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