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W.G.P

2021. 2. 21. 20:12Serials

요즘 쿠도 칸쿠로(이하 쿠도칸)는 어떨지 몰라도, 나에게 쿠도칸은 재미 보장 수표 작가다. 처음 일드에 입문하고 나서 '이게 바로 일본 스타일'이구나 느끼게 해 준 작가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 유머 코드랑 너무 잘 맞아서 연 1회는 쿠도칸 드라마 중 <I.W.G.P>와 <키사라즈 캣츠아이>, <맨해튼 러브스토리>는 꼭 본다. 요즘 백수 생활을 즐기다 보니 갑자기 떠오르는 드라마가 바로 오늘 서술할 <I.W.G.P>다. 세기말 세 기초 일본의 모습을 잘 나타내는 드라마일 뿐만 아니라, 나가세 토모야와 야마시타 토모야의 리즈 시절을 구경할 수 있는 명작 중의 명작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도쿄 여행 갔을 때 이 작품의 배경인 이케부쿠로를 못 간 게 조금 아쉽다.

주인공 마지마 마코토는 이케부쿠로역 서쪽 출구 근처에 살며, 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엄마의 과일 가게에서 일을 돕는 한량 청년이다. 친구인 마사와 이케부쿠로역 서쪽 공원에서 놀다 슌과 친구가 되고, 리카와 히카루를 만나며 그렇게 5명은 매일 함께 놀게 된다. 그러다 리카가 러브호텔에서 살인을 당하는 사건을 겪게 되며, 마코토는 리카의 살인범을 찾으며 이케부쿠로 서쪽 출구 지역의 사건을 해결하는 스트리트 추리극이다. 스포를 살짝 누설하자면 마지막에 리카의 살인범에 대한 반전이 있으니 마지막까지 보기를 추천한다. 참고로 드라마의 제목인 I.W.G.P는 Ikebukuro West Gate Parkd의 이니셜로, 이케부쿠로 서쪽 출구 공원이라는 뜻이다.

당시 일본에서 유행이었던 갸루, 파라파라 댄스부터 풍속점, 원조교제 같이 사회문제도 다루고 있어 안 맞는 사람은 끝까지 안 맞고, 나처럼 빠져서 마니아가 되는 사람도 있긴 하다. 원래 쿠도칸 드라마는 사람들한테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긴 하지만, <유성의 인연>이나 <아마짱> 같은 대중적인 작품도 쓰긴 한다. 어쨌든 이 드라마의 큰 매력 포인트는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거칠지만 감각 있는, 기승전 교훈이라는 일드의 고질적인 구조가 보이지만 젊은이들을 통해 표현하는 살아있는 군상이 이 드라마를 자꾸만 찾게 된다. 특히 <I.W.G.P>는 주인공이 누군가와 편을 먹고 권선징악을 보여주는 플롯이 아니라서, 선으로 보일 수 있는 경찰도 주인공의 친구이자 컬러 갱 G-Boys의 킹인 타카시도 선으로 보이지 않게 만드는 마코토만의 중립기어가 더 마음에 와 닿는 건 아닌가 싶다. 무식해도 자신의 입장을 확실히 고수하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게 대단해 보였다. 매번 이 드라마를 볼 때마다 평소의 나는 다수에 휩쓸리는 건 아닌지 항상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벌써 드라마는 종영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심지어 나가세는 4월을 기점으로 쟈니스에서 퇴소도 한다), 여전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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