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제주 서귀포] Day 1 : 성산일출봉, 꽃담 수제버거, 우도, 올레 1-1코스, 폼포코식당

2021. 6. 6. 21:53Travel

오전 9:00

매번 여행 때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나는,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로 8시에 벌떡 일어나 샤워하고 9시에 숙소를 나섰다. 어제는 밤이라서 미처 못 봤는데, 계단을 내려오다 보니 멀리 보이는 성산일출봉을 포착했다. 내 방에서 보이지 않는 게 안타까워서 다음에 주머니 사정이 좀 더 두둑해진다면 꼭 스탠다드 플러스로 예약하리라 다짐했다.

이날 제주의 날씨는 흐림 뒤 맑음.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호텔을 나서자마자 만나는 큰 건널목에 스타벅스 성산점에서 아아메 한잔 시원하게 드링킹하고 곧장 성산일출봉으로 걸어갔다. 광치기 해변에서도 바로 보이는 성산일출봉을 보자 왠지 마음이 두근두근.

왼쪽은 숙소에서, 오른쪽은 광치기해변에서의 성산일출봉

마침 광치기해변에서 성산일출봉까지 걸어가는 거리가 올레길 코스라서 헤매지 않고 올레길 표식을 보면서 걸어갔다. 그리고 군데군데 4.3 유적지도 보여서 <알쓸신잡>의 유시민 선생님처럼 텍스트도 빠짐없이 읽으며 걸었다😙 이렇게 텍스트를 읽다 보면 몰랐던 사실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더 풍족한 여행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하다👍 덕분에 한 장소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많은 곳은 돌아보지 못하지만, 내가 체류한 곳의 히스토리를 구석구석 파악하기 때문일 거다 :)

올레길 표식과 안내 텍스트
스킨스쿠버 하는 사람들과 수국

드디어 성산일출봉 도착!
고등학생 때 수학여행 때도 성산일출봉 간 기억이랑 올라간 기억은 있는데, 글쎄 정상을 본 기억이 없어서 결국은 등반 결정. 게다가 최근 내가 제주도를 오려고 하루에 10~15킬로씩 걸어 다니기도 해서 오래 걸리지 않겠지 하고 결정한 건데, 꽤 힘들었다😭 역시 집 앞 둘레길은 자판기 커피였고 성산일출봉이 찐이었다. 처음에 걸어갈 때만 해도 나쁘지 않았는데 점점 길이 가팔라지고 중간에 사람들이 내려가면서(ㅋㅋㅋ) 숨이 막혀왔다. 이 날은 제주도 첫날이라고 꾸며서 옷 입느라 샌들 신고 다녔는데 운동화와 백팩이 간절해지기도 했다💦

성산일출봉의 정상

 

 

오전 11:45

성산일출봉에서 내려오면서부터 배가 너무너무 고팠다. 원래 아침이면 뭘 못 넘기는 편이라 자주 걸러서 그 시간에 배고플 일이 없었는데, 힘을 써서 그런지 꼬르륵 소리가 나게 배고팠다. 그래서 성산일출봉 올라가면서 눈 여겨본 버거 가게인 '꽃담 버거'를 마음속으로 찜꽁해두고, 퇴장로를 걸어 나가자마자 바로 버거 가게로 직행했다.

이번 여행은 특이하게 먹는 욕심이 전혀 없었다. 식당도 대충 눈에 띄는데 들어갔고,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은 곳은 잘 가지 않기도 했고. 그래도 예전에 가고시마 여행 준비했을 땐 케이항鶏飯이랑 고구마 소주芋焼酎 먹고 싶어서 드릉드릉했었는데, 역시 내 취향을 내 자신조차도 '알다가도 모를'이다😅

가게가 소담하고 예뻤다❤

성산일출봉을 오르자마자 눈에 띄게 맑게 개인 날씨는 내려오니까 더 예뻤다. 덕분에 소담하고 예쁜 정원의 꽃담 수제버거 가게도 돋보였달까. 그리고 조금 망설이다가 제주의 명물 흑돼지 버거와 수제 감귤청 에이드를 주문했다!

일단 눈에 띄는 패티! 서울에 있을 땐 저런 푸짐한 패티 본 적이 언제였던가(가물가물ㅠ_ㅠ) 크기도 크기지만 안에 육즙이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목메지 않고 딱이었다. 안에 야채도 적당해서 패티 자체가 남아서 느끼할 일도 없었고 진짜 맛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화룡점정이 에이드! 직접 수제라고 하시던데 무슨 대기업 연구소 석학들이 머리 맞댄 맛이랑 비교해도 손색없었다. 원래 탄산음료를 좋아해서 콜라를 시킬까 싶었지만, 제주까지 와서 콜라를 먹고 싶지도 않았고 결정적으로 제로콜라가 없어서 시킨 에이드였는데 햄버거의 기름을 싹 잡아주는 역할을 해줬다. 

개인적으로 감튀도 시킬걸 그랬나 싶었지만 딱 저 두 개로 배 만족스럽게 만질만질하고 우도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해 성산포 여객터미널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성산일출봉에서 성산포 여객터미널까지는 다시 올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도착한다!

걸그룹 노래 들으면서 활기차게 걷다보면 어느새 도착하게 되어있지😎

 

 

오후 1:30

성산포 여객터미널과 배 타러 가는 길

드디어 우도 입도. 저번에 가고시마 갔을 때 하필이면 비 오는 날인 데다가 좀 늦게 가서 사쿠라지마桜島를 제대로 못 둘러본 게 한이었는데, 그래서 이번에 우도에 들어갈 때는 기필코 올레길을 걸어 다니면서 우도를 다 둘러보리라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이번 제주 걷기 여행의 서막이었다...(😭

일단 우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승선 신고서부터 써야 한다. 우도에서 1박 할 게 아니라면 왕복표를 끊기 위해 승선신고서를 '두 장' 작성하고, 신분증과 함께 판매원분께 제출하면 된다. 우도를 다니는 배는 왕복으로 10,000원. 이렇게 하면 성산포항에서 우도의 하우목동항을 오갈 수 있게 된다.

배타러 가는 길과 내가 탔던 배 바로 옆에 있던 배
웰컴 투 우도!

위에서 언급했듯이 성산포항에서 배를 타면 우도의 하우목동항에 도착하게 된다. 이제 여기서부터 나의 올레길 투어는 시작된다! 올레길 1-1코스는 우도를 한 바퀴 돌게 되어 있다. 하우목동항 또는 천진항에서 시작하여 하고수동 해수욕장, 우도봉 등 우도의 투어 스폿을 제대로 지나간다. 아무튼 하우목동항에 도착하게 되어 나는 순방향을 나타내는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 걸어갔다. (*역방향은 주황색 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 

걷기 지옥의 서막(??!)

처음에는 진짜 재밌었다. 순방향 쪽으로 걷다 보면 해안가 도로를 따라 걷기도 하고, 바람은 좀 쎘지만 (‼모자 조심‼) 시원하기도 하고 평지를 걸어 다니느라 재밌었다. 특히 평일이라 올레길에 사람도 없었고, 제주에서 처음 만나는 말들이 신기했고, 길을 따라 걷다 발견하는 청량한 풍경에 이어폰에서 나오는 노래를 BGM 삼아 걷다 보면 그동안 조연이었던 내 처지가 주연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기 때문이다. 아, 걷다가 하고수동 해수욕장을 발견했을 때 그 성취감은 진짜 짜릿했다.

멋진 우도 풍경
하고수동 해수욕장

진짜 올레길 1-1코스의 지옥길(???)은 하고수동 해수욕장을 지나면서 시작된다. 물론 바다 풍경은 너무 멋있었지만 계속 차도를 걷게 된다. 이게 바로 인도 밖에 걷지 않는 도시 사람(??)을 혼내는 방법인가 싶었다. 게다가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기도 했고, 올레길 여행자를 만난다 하더라도 나처럼 캐주얼한 차림을 한 사람은 얼마 없고 대부분 본격 백패커 분들이라 주눅도 좀 들었다. 아, 그리고 다들 역방향으로 도시길래 이유를 몰랐는데 순방향으로 걷다 보니 알았다! 그 이유를!

바로 우도봉 등산이었다! 역방향으로 오는 우도봉은 등대공원을 통해서 오는 길이라 올라오는 길은 비교적 완만하고 대신 내려가는 길이 급한 반면에, 순방향으로 가는 우도봉은 올라가는 길이 급해서 너무 힘들었고 내려오는 길이 완만했기 때문이다. 이번 포스팅에서 진짜 하고 싶은 말 ⭐우도 올레길 1-1 코스 역방향으로 가세요!!!!!!⭐ 거의 이번 포스팅의 목적이 아닐까 싶다...ㅎㅎ 아무튼 트래킹 복장이 아니더라도 걷기 좋은 복장으로 운동화 신고 가세요! 그리고 우도봉 길이 좁고 가파라서 나 같은 쫄보 고소공포러들에게는 예쁜데 죽을 맛이었다😭 

조금은 위험한 우도의 올레길;ㅅ;
맑은 우도봉의 정상

아무튼 우도봉 등반 이후로 급격하게 힘이 떨어지고 발바닥이 떨어지게 아프기 시작한 나는 사진도 거의 안 찍고 목적지인 하우목동항을 향해 걸어갔고, 천진항에 도착했을 때 걸음수가 20,000보를 돌파하기 시작했다(ㅋㅋㅋ) 결국은 우도에서는 땅콩의 ㄸ도 보지도 못하고, 그 흔한 땅콩 아이스크림도 못 먹고 섬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대신 우도에서 만난 소를 보면서 혼자 하이 개그 치면서 얼마나 깔깔거렸는지😂

하지만 우도(牛島)에서 만난 소는 참을 수 없지...!

 

 

오후 6:00

성산포 여객 터미널에 도착한 나는 지체 없이 카카오 택시를 골라 숙소로 재빠르게 턴! 일단 땡볕 아래서 하도 빨빨거리며 걸어 다닌 탓에 땀에 젖어서 한시라도 빨리 씻고 싶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재빠르게 씻고 여벌로 가져온 가벼운 옷을 입고 머리를 말리자 이제는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이번에 플레이스캠프 제주를 고르게 된 또 다른 이유가 호텔 내에 식당이 많아서였는데, 식당 리스트를 보다 눈에 띈 곳은 바로 '폼포코식당'이었다! 이름부터 귀여운 폼포코 식당은 일식당이지만 제주도 향토 술을 이용한 칵테일 메뉴가 있다고 해서 여행에 술이 빠질 수 없는 나로서는 꼭 가봐야 하는 곳이었다😏

귀여운 폼포코식당으로 가는 길

내가 시킨 메뉴는 토마토 라면과 한라토닉! 술에는 뜨뜻한 국물이 빠질 수 없으므로 원래는 하얀 국물의 라면(이름이 생각 안 남...) 메뉴를 시키려고 했는데, 솔드아웃이라고 하시길래 차선택으로 토마토 라면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메뉴판에 있는 모찌동은 뭔가 싶었는데 가래떡을 길게 면처럼 만들어서 떡볶이처럼 조리한 메뉴였다.

짱마싯어>.<

라면 베이스가 토마토라길래 약간 중국의 토마토달걀볶음을 상상했었는데, 생각보다 토마토 맛이 얼마 안 났다! 내가 똠냥꿍같이 시고 매운(酸辣)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타입인데, 딱 적당하게 칼칼하고 여느 라면 같은 느낌? 일본 라멘보다는 한국 라면이 생각나는 맛이었다. 게다가 레몬과 섞은 한라토닉과도 잘 어울렸다! 한국 전통 술도 맛있는 거 진짜 많은데, 가끔 이렇게 칵테일이나 생각지도 못한 믹스가 보이면 너무 기쁘다😍

깔끔한 식당 분위기에 귀여운 폼포코식당의 마스코트에 끌려 나는 다음 날에도 폼포코 식당을 찾아갔다 희희 :) 아, 그리고 플레이스캠프 제주 숙박객들은 룸키를 보여주고 숙박객이라는 걸 인증하면 10% 할인도 있으니 시간 있을 때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저녁을 먹고 한껏 만족스러워진 나는 다시 광치기 해변 쪽으로 나가 저녁 산책을 즐겼다. 이 산책을 마지막으로 이 날의 걸음도 3만보를 채웠다! 총 돌아다닌 킬로 수만 40킬로에 계단 오르기로 따지면 60층! 63 빌딩을 걸어서 올라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걸로ㅎㅎ

상쾌한 저녁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