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

2021. 7. 9. 20:17Book

블로그에 책 이야기를 안 쓴지 무척 오래됐다. 마지막으로 완독한 책이 2년 전이었다. 그땐 출판사에서 수습 인턴직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사무실에서 집까지 광역버스가 다녀서 퇴근길에는 항상 책을 읽었다. 게다가 텍스트가 그림처럼 읽히지 않아서 고생했을 즘, 이왕 글로 먹고살게 된 거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눈에 들어오게 하려고 이북리더기 버튼을 위아래로 딸깍딸깍 반복해서 클릭했었다. 물론 작년에도 책을 읽으려고 노력은 했다. 한참 영화 <작은 아씨들(2020)>을 보고 시얼샤 로넌이 분한 둘째 역에 감명을 받았을 때였다. 큰맘 먹고 <작은 아씨들> 책을 샀지만 반복되는 야근과 장거리 출퇴근에 먼저 나자빠져 결국 독서는 실패했고, 지금이 돼버렸다. 그리고 우연처럼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카카오 브런치 브랜드 마케터가 20개의 브랜드 사례를 소개하면서, 과연 개인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일종의 '안내서'다. 힙한 것에 관심이 많고 요새 트렌드를 얄팍하게 파악하고 있다면 친숙한 브랜드들을 보게 될 건데, 우리 자신을 어떻게 이런 브랜드처럼 내실 있는 '사람'이 되는지를 소개한다.

사실 이 책을 샀을 당시만 해도 속아서 산 거로 생각했다. 요새 하도 낫 놓고 기역 자 식인 책이 많다 보니, 빛 좋은 개살구이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물세례를 받는 것처럼 영감이 마구 떠올랐다. 막연하게 하고 싶어 했던 일에 대해서 이유를 근거를 들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핸드폰 메모장엔 불분명했던 생각들이 비로소 말 덩어리가 되기 시작했다. 특히 뜬구름 같았던 '브랜딩'이라는 분야가 조금씩은 정의가 세워진 기분이었고, 나도 쏜살같이 지나가는 요새 흐름을 잡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사실 아직 나는 미래가 불안하다. 직업이 나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직업인이 아닌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 포지션도 애매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혼자 걸어가는 새까만 터널에 희미한 야광별 하나가 생긴 것 같이 '나만의 방향'을 찾게 되었다. 덕분에 이 시기를 나 자신을 채우는 시간으로 알뜰하게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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