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의 답답함과 대학생인 나(「日韓」のモヤモヤと大学生のわたし)

2021. 8. 8. 15:20Book

책을 다 읽은 지는 꽤 됐지만, 이 감상문을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을 꽤 많이 했다. 이유는 내가 한국인이지만 일본 가수의 팬이기 때문이다. 다사다난했던 10대와 혼란스러운 20대를 지나고 있으면서 그들이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한국인으로서 과거의 역사를 모두 잊은 건 아니다. 일제의 악랄한 수탈과 인권 유린을 배우며 치가 떨리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본 콘텐츠를 자주 접하는 사람들이면 늘 마주치는 건 그들의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마치 전범국이 아닌 척 원폭 피해를 당했다고 말하는 그들을 볼 때면 답답함이 밀려온다. 그렇다면 내가 뉴스로만 접하던 우익 인사들의 역사수정주의는 과연 얼마나 일본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또한 과연 일본의 가해국으로서의 역사를 인정하는 일본인도 있는지 역시 궁금했다.

그러다 이 책을 인터넷에서 발견했다. 광복으로부터 76년. 세대가 변해도 몇 세대나 변한 지금, 히토츠바시 대학의 현역 학생들이 썼다는 이 책, <'한일'의 답답함과 대학생인 나>. 한 커뮤니티에서 연합뉴스 기사를 본 걸 계기로 찾아보게 되었는데, 이 책은 조선근대사 및 한일관계사 등을 수업하는 카토 케이키 교수의 수업을 계기로 그동안 정치적, 역사적 발언을 금기시하는 일본 사회 분위기에 정면으로 맞서 그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답답함'에 대해 얘기하고 과거에 있던 일을 사실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특히 이 책은 과거 일본의 가해 역사를 결단코 역사적인 관점이 아니라 인권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문화와 역사는 이어져 있음을 인정하며 젊은이들에게 단지 K-문화를 소비하지 말고 과거를 바라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조선의 식민지화를 단순한 영토 확장이나 교과서에 나오는 진부한 표현으로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다행이었던 건 이 책을 쓴 저자들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일본은 '혐한/반한' 분위기가 만연해있다고 생각했는데, 가해의 역사를 똑바로 바라보고 현재 일본의 역사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발언하는 이들이 있기에 아직 한 줄기의 희망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중 나를 공감하게 한 내용도 있었다. 킨들 서적 기준 493페이지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즉, '사죄'나 '해결'은 점이 아니라 선이다.' 한일 문제뿐 만 아니라 요즘 여러 가지 윤리적인 이슈와도 맞물려있어 더 와닿았다. 또한 이들이 지적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바로 한국의 '재일조선인'에 대한 인식이다. 이들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다시 건너오고 싶지 않아 돌아오지 않은 게 아니다. 여러 가지 당시 상황이 그들의 발목을 묶어 돌아오지 못했을 뿐이다. 이 책을 통해 재일조선인의 현실을 깨닫고 그동안 내가 재일조선인의 존재를 알고서도 지나쳤다고 느껴져 참으로 부끄러워졌다.

벌써 우리 민족이 핍박과 억압에서 벗어나고 주권을 찾은 지 7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고통스러운 시기를 직접 겪었던 피해자들은 여전히 충분한 사과를 받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고 말았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과거에 집착하고 있는 게 아니다. 일본이 우리를 향해 저지른 가해와 그에 대한 피해에 충분한 공감과 유감도 받지 못하는 지금, 그것은 집착이 아니다. 우리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오늘도 외치는 한마디는 '대한독립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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