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여왕

2021. 8. 17. 17:35Movie

케이블에서 한 번씩 해주던 영화인데, 항상 앞이든 뒤든 빼놓고 보길래 풀로 보고 싶어서 보게 된 <범죄의 여왕>. 한국영화, 그것도 저예산 영화에서는 드물게도 중년 여성이 원탑인 영화인 데다가 그 원탑 주연도 내가 좋아하는 박지영 배우라 한 번은 리뷰해보고 싶었다. 게다가 서스펜스 장르물! 딱 봐도 구미가 당기는 영화라 케이블에서 보지 않았어도 '보고싶어요' 탭에 넣어놨을 거다.

미경은 미용실을 하며 홀로 아들 익수를 보물처럼 키우며 살아온 인물로, 그런 아들은 3년째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이다. 어느날 익수에게 수도요금이 120만 원이나 나왔다는 전화를 받은 미경은 모든 생계를 접고 아들이 있는 노량진으로 향한다. 마침 사법고시 2차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미경은 '수도요금 120만 원'의 근원을 찾아내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니지만, 바짝 예민해진 아들은 그렇게 설치지 말고 돈이나 내고 가라는 막말을 뱉는다. 하지만 없는 살림에 쌩돈 120만 원을 날릴 수 없는 미경은 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일맨션의 세입자 덕구와 진숙, 관리자 개태의 도움을 받으며 수도요금의 진상에 다가가게 된다.

사실 서스펜스 장르 팬들이 본다면 조금은 뻔한 스토리일지 몰라도,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개성 강하고 인물에 얽혀있는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스토리의 개연성이 생긴다. 특히 주인공인 미경이 굉장히 매력적인 등장인물인데 성정 자체가 따뜻하고 대범한 사람이라, 자신을 경계하는 개태에게도 따뜻한 집밥을 해주고 원하는 것을 얻을 뿐만 아니라 아군으로 돌리는 재밌는 인물이다. 그래서 이 '미경'이라는 인물 하나로 동일맨션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돌리면서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수도요금의 진실에 스토리에 더 쪼이는 맛이 생긴다. 이외에도 배우들의 열연으로 한 씬 한 씬이 명장면이 되는 재미까지 더해  매 번 볼 때마다 영화에 몰입된다. 만약 잘 짜인 저예산 영화를 추천한다면 이 <범죄의 여왕>을 추천할 만큼 작품성과 오락성을 모두 잡은 영화이니,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재발견되었으면 좋겠다.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래의 미라이  (0) 2021.08.17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  (0) 2021.08.17
에이미  (0) 2021.08.11
이멜다 마르코스: 사랑의 영부인  (0) 2021.08.11
중경삼림  (0) 2021.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