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미라이

2021. 8. 17. 20:42Movie

이동진 평론가가 '미야자키 하야오 다음은 확실히 호소다 마모루.'라고 말할 만큼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계에서는 영향력이 있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 이번에는 그의 5번째 창작 장편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를 보았다. 일단 호소다 감독 특유의 따뜻한 작화와 더불어, 일본어를 배운 사람이면 알겠지만 타이틀부터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라 독특한 스토리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어서 보기 시작했다. <괴물의 아이> 빼고 나머지 창작 애니메이션을 너무 흥미롭게 봐서 이번에도 기대를 많이 했는데, 처음부터 말하자면 '실망'이었다.

줄거리만 잠깐 소개하자면 잡지 에디터인 엄마와 건축가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쿤은 4살이 되던 해, 여동생 미라이를 얻는다. 그동안 쿤이 온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 했지만, 미라이가 태어나자마자 그 관심이 온통 미라이에게 쏟아지면서 질투를 하게 된다. 그러다 집 가운데 있는 떡갈나무에서 중학생인 미라이, 즉 미래의 미라이를 만나면서 가족의 시작과 근본을 찾아가는 성장 서사 영화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건 다른 것도 아니고 성우 기용. <사랑은 계속 될꺼야 어디까지나> 등으로 유명한 카미시라이시 모네의 동생 카미시라이시 모카가 쿤 역을 맡았는데, 비성우 기용을 통한 참신함을 뽐내기보다는 연기력 부족으로 작품의 부족함을 더 나타냈다. 특히 극 초반은 내가 생각했던 아이 목소리와 너무 달라서 결국 참지 못하고 더빙으로 봤다. 모네-모카 두 사람이 자매인 데다가 토호의 간판 스타인만큼 비교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이 외에도 스토리의 강약 조절이 살짝 부족했다고 느껴졌는데, 쿤이 미라이에게 점점 애정을 갖는 단계가 느리다가 갑자기 전개해서 더 효과적인 에피소드를 넣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한국인 시청자로써 쿤의 증조할아버지 이야기도 꽤 거슬렸는데, 증조할아버지가 태평양 전쟁 중 다리를 다친 설정을 풀면서 이를 낭만적으로 해설하려는 자체가 매우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리고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타임워프 연출도 이제는 돌려막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주 쓰여, 이전 작품에서 받았던 새로움을 얻기 힘들었다.

물론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의 문제점으로 자주 얘기하는 여성 인체에 대한 과한 강조, 비현실성 등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아이의 알 수 없는 행동을 스토리로 이어진 점은 호소다 마모루가 얼마나 소재에 대해 잘 관찰했는지를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한 요소를 놓쳐버린 아쉬움은 두고두고 실망만 남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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