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공략: 금지옥엽

2021. 8. 17. 19:15Serials

한참 중국어 배울 때 빠진 게 있었는데 바로 고장극이라고 불리는 중국 사극. <후궁견환전>, <무미랑전기>, <랑야방> 등 유명한 2010년대 중국 사극들을 보며 정치물의 참맛을 알았는데, 그중 내가 가장 최근에 본 시리즈가 <연희공략>이다. 청나라 건륭제 때를 배경으로 언니의 죽음에 가려진 비밀을 파헤치려 자금성 궁녀로 입궁한 영락이 구중궁궐 음모를 파헤치며 황제의 총애를 얻어 황귀비 자리에 오르는 전형적인 고장극 이야기다.

<연희공략>이 특히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비슷한 소재, 비슷한 시기에 방영했던 <후궁여의전>과의 비교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희공략>은 효의순황후를 주인공으로 하고, 악역으로 계황후로 설정한 반면, <후궁여의전>은 <후궁견환전>의 후속을 자처하며 계황후를 주인공으로 세워 비극적으로 마무리했다. 또한 <연희공략>은 영락 역에 우진옌이라는 잘 안 알려진 배우를 기용했지만, <후궁여의전>은 저우쉰이라는 탑 배우를 내세웠다. 이렇게 비슷한 두 작품은 전혀 다른 성적을 보여줬는데 방영 전까지 <후궁여의전>의 짝퉁으로 여겨졌던 <연희공략>이 오히려 <후궁견환전>의 플롯을 그대로 따라가며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내 시청자층을 끌어들였지만, <후궁여의전>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걸 그대로 증명하듯 <연희공략>에 밀려 화제성은 물론 한복 동북공정 등 다양한 문제점에 휘말리며 성적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아무튼 <연희공략>은 방영 당시 큰 반응을 나타내며 당시 무명배우였던 우진옌과 가정 폭력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았던 녜위안 등이 인기를 얻었는데, 이 시리즈의 외전 격인 <연희공략: 금지옥엽>(이하 금지옥엽)이 넷플릭스에 의해 제작되었다. 본편이 70부작으로 우리나라 대하드라마에 버금가는 길이에 비하면, <금지옥엽>은 6화짜리로 단편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본편 주인공인 우진옌과  특별출연 급으로 나오고, <금지옥엽>의 주인공은 영락의 딸인 소화공주다. 해당 작품은 소화공주가 약혼자인 몽골의 납왕다이제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모후인 영락처럼 음모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외전이다 보니 본편보다는 흥미는 덜하지만 <연희공략>을 즐겁게 본 시청자라면 가볍게 볼 만하다. 개인적으로 남주인공으로 나왔던 두 배우 모두 내 취향이 아니라서 조금은 실망했지만, '자금성의 참지않긔' 영락이 외전에서도 어시스트해주는 덕분에 스프라이트 작품으로는 저 캐릭터 만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본편을 보지 않아도 본편과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 때문에라도 가볍게 볼 수 있다.

한편 중국 드라마는 재미도 재미지만 드라마 외적인 요소에 눈길이 간다. 특히 중국 내에서 미디어 매체를 관리하는 광전총국이 고장극에 쿼터를 두면서 여러 작품이 흙오이행(...)이 되거나 하루에  7~8화씩 방영하면서 후다닥 마무리하곤 했는데, 위에서 설명한 <연희공략> 본편, <후궁여의전> 모두 웹드라마로 방영했다. 특히 <금지옥엽>은 특이하게 원래 방영했던 중국 내 OTT 플랫폼 아이치가 아니라 넷플릭스에서 제작을 맡았는데, 이런 걸 볼수록 국내외 할 것 없이 OTT가 본격적으로 업계의 메이저 위치를 갖추면서 미디어 관련업계가 빠르게 돌아가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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