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다이어리

2021. 9. 6. 22:33Movie

내가 좋아하는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열 번째 장편영화. 감독도 감독이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잔뜩 나온다는 점이다. 일드 몇 편만 봐도 다 알만한 배우들이 나와서 자매 연기를 하는 건 어떨까 참 기대가 됐었다. 특히 요즘 탑배우들이 무리 져서 나오는 건 요즘 일본 영화에 그다지 없는 일이라, 더 기대됐다. 딱 한여름 오후 방바닥에 굴러다니며 보는 영화로 딱. 고요한 분위기에 혼자 치유받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극의 시작은 어느 날 아버지가 죽고 나서부터 였다. 아버지는 옛날 불륜 상대와 야반도주하고 전혀 연고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가마쿠라 어느 바닷가 마을에 사는 코다 세 자매에게 부고 소식이 들렸다. 그곳에서 만난 건 이복동생 아사노 스즈. 장녀였던 사치는 기죽은 스즈의 모습이 못내 눈에 밟혀 같이 살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성실하고 엄격하며 장녀 그 자체인 사치, 똥차 컬렉터이자 애주가이며 은행원인 요시노, 어딘가 사차원인 스포츠용품점 점원인 치카와 활발한 축구소녀인 중학생 스즈가 점점 가족의 형태를 띄어가며 살아간다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일단 창작 스토리인 줄 알았는데 원작 만화가 있다는 사실에서 놀랐고, 원작의 청춘물 색채를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서정적인 색채로 바꿨다는 점에서 다시 놀랐다. 또 모든 배우들이 마치 자기를 보여주는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도 너무 좋았다. 특히 주인공 네 사람 캐릭터가 배우들 성격 그 자체인 것 같아서 보는 내내 '왠지 그럴 거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가마쿠라의 풍경도 보기 좋았다. 가마쿠라 하면 나에게는 슬램덩크의 마을이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언젠가 해외여행 규제가 풀린다면 도쿄를 건너뛰고 가마쿠라에서 며칠 지내고 싶을 정도로 참 가고 싶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홀로 치유받고 싶다면 추천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영화를 보는 내내 저 주인공들이 마치 내 자매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세상살이에 지쳐서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지만, 마땅치 않는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말괄량이처럼 살아도 되고, 엉뚱하게 살아도 되고, 비밀을 간직해도 좋다는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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