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석 삼국지

2021. 11. 17. 15:04Movie

후쿠다 유이치는 아무래도 웃기다. 그를 알게 된 건 <33분 탐정>이라는 드라마였는데, 웃기게 사건 해결은 안 하고 방송시간 33분을 질질 끄는 탐정에 대한 이야기다. 분장이나 슬랩스틱, 말장난 같은 가장 원초적인 코미디로 보면서도 보고 나서도 피식피식 헛웃음 짓게 만드는 그의 코믹 스타일이 좋아서, <은혼>, <내 이야기!!>는 물론 <신해석 삼국지>까지 보게 만들었다. 사실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가 있다면 삼국지 콘텐츠라는 점이다.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요즘 세대에 걸맞게(?) 나는 정사는 좋아하지 않고 여러 야사가 섞인 연의 같은 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유비보다 조조를 좋아하고. 아무튼 후쿠다 유이치에 삼국지라니 이보다 더 구미가 당기는 작품이 있을까 싶어, 과감히 유튜브 영화 대여 결제!

이 영화는 도원결의에서 적벽대전까지의 일을 다루며, 어느 한 역사 학자의 새로운 해석에서 출발한다. 사실 유비는 정의로운 인물이 아니라, 의욕 없고 취했을 때만 말 잘하는 인물이라면? 이런 발칙한 해석에 의하면 유비는 실은 의용군도 참가하기 싫어하고, 도원결의에서 한날한시에 죽는 것을 두려워하며, 싸움과 전염병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모두 잘되는, 그래서 유비가 우리가 아는 유비가 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일단 이 영화의 웃기는 법은 사람으로 웃긴다. 황건적의 우두머리로 야마다 타카유키가 나오질 않나, 조조에 오구리 슌, 초선에 와타나베 나오미, 동탁에 사토 지로 등등 한 드라마 한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배우들이 후쿠다 유이치 영화에는 한 번에 볼 수 있다. '얘가 여기서...?'라는 타이밍이 주는 재미로 매력을 주는데, <신해석 삼국지>라는 제목에 걸맞게 전혀 다른 성격을 부여함으로써 2차 재미를 준다. 사실 깊은 삼국지를 기대하면 이 영화는 실망을 주겠지만, 삼국지에 손가락이라도 담가볼까 물장난이라도 쳐볼까 하시는 삼국지 초보에게는 괜찮은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 다 보고 침착맨의 삼국지 설명을 들으면 오히려 이해가 잘 될지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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