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 후기(+카페 코사메)

2021. 10. 25. 16:37Review

화창한 9월의 어느날, 막내가 불쑥 시간이 있냐고 묻는 거다. 백수는 시간만큼은 이건희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더니 같이 갈 곳이 있다고 한다. 그게 바로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 어딘가 가고 싶었던 마음은 굴뚝 같았는데, 마침 동생이 대외활동 덕분에 본인 포함 동반 1인은 무료라며 함께 다녀왔다. 장소는 인천문화예술회관,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구월동 로데오 거리가 바로 앞에 있어서 카페도 찍어보자며 다녀왔다👀

볼로냐 아동 도서전은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 도서 박람회다. 1964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봄에 열리고 있다. 이 도서전에서는 볼로냐 라가치상을 제정하고 시상하고 있는데, 아동 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릴만큼 권위가 크다. 그런 볼로냐 아동 도서전과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이라는 역시 세계 최대 규모의 일러스트 행사를 함께 하는데, 이 일러스트 원화전이 2016년 50주년을 맞이하며 전세계 순회전시를 다니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그 50년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던 일러스트 작가들의 작품 50점을 만날 수 있는데, 섹션을 연대별로 나누어 세계 정세와 함께 일러스트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알 수 있도록 기획했다. 또, 올 여름에 DDP에서 전시했던 마리쿠테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마리쿠테가 일러스트전이 시작하던 2017년에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하며 함께 별도의 섹션을 꾸린 듯 싶다.

 

반가운 에릭 칼 작가의 작품들
1967-1976년 작품들

가장 처음은 에릭 칼의 '배고픈 애벌레'가 우리를 반겨준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집에 그림책 전집들이 책꽂이 반을 차지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여러 권이 에릭 칼이 쓴 그림책이었다. 덕분에 전시의 처음인 '배고픈 애벌레'와 함께, '아빠, 달님을 따주세요', '울지 않는 귀뚜라미'가 기억나서 반가움이 밀려오는 전시였다. 그나저나 '배고픈 애벌레'가 나올 때만 해도 60~70년대, 그러니까 50대인 우리 엄마도 아직 어린이였었다는 게 놀랐다. 역시 감각적인 미술은 세월이 지날 수록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게 맞는 말인 것 같다.

1960년 대 말, 영미권에서는 아동 문학계에 급격한 변화가 찾아온다. 바로 미학과 콘텐츠에 대한 생각이 다양한 그림책의 출현으로 이어졌던 것. 단순한 이야기의 나열이 아닌, 다양한 표현 기법을 통해 콘텐츠를 구성하며 이야기의 속도를 조절했다. 이때 주목할 작가는 위에서 언급한 에릭 칼과 함께 브루노 무나리의 작품도 관심있게 보길 추천한다. 런던의 대기오염을 유산지에 그림을 그려 효과적으로 표현했는데, 뿌연 하늘에 가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면서 인사이트를 알려주는 그림책이었다.

1977-1986년도의 작품들
1987-1996년도의 작품과 볼로냐 네온사인

1979년, 냉전이 이어지는 와중에 영국은 마가렛 대처가 최초 여성 총리로 선출되고, 아시아 경제는 전례없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가 새로운 바람을 타는 동시에 <볼로냐 아동 도서전>도 세계적 명성을 얻으며 참가자가 점점 증가했다. 이후 볼로냐 아동 도서전 측은 계속적인 성장을 위해 최고 수준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1980년 후반에 접어들면서 <볼로냐 아동 도서전>은 세계 출판업계의 주요 행사가 되었다. 출판권 시장뿐만 아니라, 서로를 만나고 관련 상황을 확인하며 관계자와 접촉하는 장소가 되었다. 게다가 볼로냐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되며, 도서 박람회의 필수코스가 되어갔다. 

이번 전시회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 이수지 작가의 파도야 놀자 

이번 전시회의 가장 최신 트렌드인 2007년~2016년으로 넘어왔다. <볼로냐 아동 도서전>은 점점 세계 각지의 문화와 작품이 소통하는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기존 미국과 유럽위주였던 행사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극동 국가의 대화를 촉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그래서 발견한 작품이 바로 이수지 작가의 <파도야 놀자(Wave)>다. 2002년 볼로냐국제어린이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된 책으로, 2008년에는 뉴욕타임즈 우수 그림책에 선정된 적도 있는 작품이다. 러프한 그림선에서 생동감과 어린이의 호기심이 보이는데 그 점이 흥미로워서 한참을 들여보고 있었다.

마리쿠테 알파벳 동물원

마지막으로 2017년 볼로냐 라가치상 특별상을 수상한 마리쿠테의 그림책을 테마로 하나의 섹션으로 마무리했다. 해당 그림은 모두 다양한 폰트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졌다. 예를들면 사자(Lion) 그림을 그린다면 오로지 L, I, O, N으로 이루어진 그림이다. 이걸 폰티그램(Fontigram)'이라고 하는데, 폰티그램에서 쓰인 폰트는 모두 Mac의 표준 글꼴로 예술기법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영어 교육을 위한 자료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나도 동생이랑 칠판에 붙여진 철자들로 열심히 재밌게 놀고 왔다😀

이 밖에도 최신 기술을 이용한 출판 동향도 보여주고 있다. 필름을 사용한 그림책이라던가, AR(증강현실)을 사용한 생동감 넘치는 동화책 같은 체험존도 있으니 꼭 체험해보고 오기를 바란다! 재밌어서 동생이랑 한참 여기서 노닥거렸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카페도 한 곳 들리고 왔는데, 바로 '카페 코사메'다☕ 동생이 알아봐둔 곳이라고 같이 갔다왔는데, 문화예술회관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렸다. 다녀왔을 때는 9월이라 살짝 더웠는데, 지금 딱 시원할 때고 다녀와도 괜찮을 것 같다. 교토 느낌이 나는 작은 커피숍인데, 간판이 안보여서 처음엔 가게 문이 아니라 바로 옆에 난 문으로 들어가버렸다🤣 동생은 아이스티, 나는 메론소다. 같이 먹으려고 카스테라 같은 것도 시켰는데 개인적으로 요 빵에 쌀의 고소한 맛이 혀 끝에 남아서 맘에 들었다. 생크림이랑 같이 찍어먹으니까 확실히 맛있었다. 

 

아래 지도 첨부했으니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