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경북 경주] Day 1 : 천일고속 프리미엄 고속버스, 풍뎅이 호스텔, 황리단길 한식당 동리, 경주엑스포대공원, 경주타워, 솔거미술관

2021. 11. 7. 17:32Travel

최종에서 2군데나 고배를 마셨다. 차라리 필기에서라도 떨어졌으면 기대라도 안하지, 김칫국만 1리터 들이마시고 영 무겁게 떨어졌다. 면접만 가봐라, 내가 다 발라주겠다고 하고 다짐했던 것도 무색하게 어버버 말도 못하다 떨어진 경우도 있어서 자기혐오 게이지가 차오를 때였다. 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졌다.

이번엔 경주다. 예전에도 가보려고 두세번 시도했다가 타이밍도 안맞고 수중에 돈도 없어서 못갔는데, 이번에야말로 진짜로 경주로 가기로 했다. 아무말 않고 오가는 버스표, KTX표 끊고, 숙소 예약하니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내 MBTI가 계획충 ISTJ인데, 이번엔 계획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준비 안했다. 그냥 생각한 건 언제 어딜간다 정도(^^;)

 

오전 07:30 - 서울에서 출발

고터를 이런식으로 오니까 조금 색달랐다. 전 직장이 3호선에 있어서 고터에서 꼭 환승했었어야 했는데, 밥먹으러 온 적은 있어도 진짜 버스를 타러 온 건 처음이라 기분이 뭐랄까 되게 싱숭생숭했다. 6시 반 조금 넘어서 집에서 나왔는데 한시간 만에 고터 도착. 출근하는 느낌적인 느낌 느낌. 아무튼 오늘 내가 예약한 버스는 무려 '프리미엄 버스'! 원래 이런 형식의 버스는 대만에서도 본 적 있는데, 한국에서는 처음 타본다.

경주로 출발!

근데 자리를 잘못 예약했다. 버스는 뒷바퀴 쪽이 올라온 걸 생각을 못하고 늘 하던데로 맨 끝자리 구석을 예약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안락한 내 아지트 같은 좌석은 차치하고, 테이블 쓰기가 영 불편해서 탭에다가 콘서트 영상보다 고개가 아팠다(ㅠ_ㅠ) 그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난게 하도 오랜만인가 콘서트 1시간 반 보다가 졸리길래, 좌석 눕혀서 자다보니 어느새 경주 도착. 창문쪽으로 돌아보고 누워 있는데 구급차에 실려가는 뷰가 이런 뷰인가 싶었음(ㅋㅋㅋ) 참고로 위생에 엄격한 편은 아닌데, 핸드폰 보관함이라던가 구석이 너무 더러운 게 눈에 보여서 다음엔 KTX편이 있는 쪽엔 이 버스 안탈거 같다(...)

프리미엄 버스 내부
모니터는 이렇게 들어올릴 수 있지만 내 자리에서 모든 좌석이 다보였다(...)
게다가 테이블은 무릎에 부딪히고 발받침대가 닿지 않는다ㅠ_ㅠ

 

11:50 - 경주 도착, 풍뎅이 호스텔 짐 맡기기

경주는 버스터미널이 두군데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과 경주고속버스터미널. 그 중 서울에서 버스를 타면 도착하는 터미널이 경주고속버스터미널이다. 이번 숙소는 경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5분안에 갈 수 있는 곳을 골랐다. 게다가 어짜피 잠만 자다 올 거 같아, 그냥 싸게 도미토리로 다녀왔다. 그래서 고른 숙소가 바로 풍뎅이 호스텔. 시설도 깔끔하고 조용해보인데다가, 트리플에서 2박에 26,000원 하길래 얼른 예약했다. 체크인은 오후 4시부터라 로비에 있는 평상에 짐만 내려놓고 밥먹으러 황리단길로 향했다.

풍뎅이 호스텔 본관 정문

 

12:40 - 황리단길 한정식 식당 동리

풍뎅이 호스텔에서 다시 걸어서 10분 정도 걸으면 황리단길과 대릉원이 나온다. 어짜피 다음날 대릉원을 가려고 했기 때문에 길도 외울 겸 황리단길로 향했다. 헤매다가 원래 들어서 알고 있었던 튀김 덮밥집 '여주가도'로 가려고 했었는데, 내부공사로 딱 오늘까지만 쉰다고 해서 결국 아쉽게도 발을 돌렸다.

아무튼 앞애서도 얘기했지만 정말로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아서 황리단길 안쪽으로 걸어다니다가 한옥이 정말 멋진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때 벌써 웨이팅이 10팀이나 있었는데, 배도 너무 고프고 힘도 없어서 1시간이나 기다려서 먹을 수 있었다. 기다리는 중에 검색해봤는데 꽤 유명한 집이었다!

분위기가 너무 좋은 동리

내가 시킨 식사는 한우불고기정식. 만 팔천원이라서 너무 비싼가 싶었는데, 고기도 산처럼 푸짐하게 나오고 밑반찬도 많이 나와서 너무 배불렀다! 개인적으로 밑반찬 맛있어서 리필해서 더 먹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해서 아쉬웠다. 맛도 깔끔하고 분위기도 좋아서, 저녁에 주점으로도 운영한다니까 다음에 친구나 가족들이랑 오면 다시 오고 싶었다 :)

1인분인데 푸짐한 한상차림

 

15:00 - 경주엑스포대공원 도착

경주엑스포대공원은 보문관광단지 안에 있다. 황리단길에서 버스로 경주엑스포대공원을 가려면, 서라벌 사거리에서 10번 버스를 타면 된다! 나는 보통 카카오맵으로 지도 검색해서 다니는데, 10번 버스와 11번 버스는 잘 표시 되지 않으니 시간표를 참고해서 다니는 편이 좋다 :)

출처는 경주시 공식 블로그
짠! 도착!

시내에서 버스를 타서 20분 정도 가면 경주엑스포대공원에 도착한다. 바로 앞에 황룡원이라고 숙소가 있는데 처음에 그걸 보고 황룡사지 9층 목탑 복원물인줄 알았다🤭 경주엑스포대공원 입장료는 성인 기준 12,000원.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가는 25,000원이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25,000원이라고 하면 안 갈것 같은 느낌. 사실은 12,000원도 조금은 비싼 느낌이었다. 그래도 경주타워랑 솔거미술관 이용료까지 포함하고 있으니, 잘 생각하는 편이 좋다👍

경주타워, 황룡원, 공원 내부

일단 도착하자마자 경주타워를 배경으로 사진 찍고, 경주타워를 올라갔다. 80m 가장 최상단에 전망대가 있는데,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된다. 올라가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을 걸 싶었지만,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그것까진 생각 못했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20분에 한번씩 경주와 신라를 설명하는 5분정도 길이의 영상자료를 보여준다. 그리고 바로 밑에 층에는 카페랑 신라시대 때의 경주의 시가지를 보여주는 모형이 있다.

전망대에서 본 보문지구 풍경과 신라시대 때의 경주 모습 
경주타워 뒷쪽의 포토스팟 비밀의 정원

다음은 경주타워 뒷쪽으로 언덕을 오르면 솔거미술관이 나온다. 솔거미술관은 한국화의 거장 소산 박대성 화백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기증하면서 생긴 미술관으로,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지원한 최초의 공립미술관이라고 한다. 솔거미술관의 건물 자체를 유명 건축가 승효상 작가가 맡았다고 한다. 내가 갔을 때는 작품 교체중이라 모든 작품은 못 보고, 일부만 볼 수 밖에 없어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다💦

솔거미술관
내가 맘에 들어했던 과일을 소재로 한 작품
솔거미술관 내부
공원 풍경

일몰때까지 기다리고 루미나 나이트 워크를 걸을까 말까 고민했지만, 일찍 일어나서 피곤하기도 하고 추가 입장료도 있어서 딱히 체험은 하고 오지 않았다. 게다가 아동용 콘텐츠라는 얘기가 많아서 기대했던 거랑 다르기도 했고. 그래도 경주의 야경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고민해볼 여지는 있을 것 같다.

 

19:00 - 스타벅스 경주터미널점

5시 쯤에 공원을 나와 30분쯤 숙소에 정식적으로 체크인. 한시간 반정도 쉬다가, 도저히 점심때 먹은 게 안 꺼지길래 저녁은 가볍게 먹으려고 스타벅스 행 결정. 짠 걸 너무 많이 먹어서 달달한 초코케이크로 정했다. 게다가 전부터 대만 친구가 한국어 면접 좀 같이 준비해달라고 요청해서, 나도 탭으로 일기 쓸 겸 가방에 탭 챙겨서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인 경주 주터미널 점으로 향했다. 2시간 정도 열심히 라인 통화로 수다 좀 떨다가 숙소로 돌아갔다. 이로써 경주 첫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