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경북 경주] Day 3 : 불국사, 석굴암, 황리단길 한식당 개정, 화과자 카페 가봉반과, 서점 어서어서, 신경주역

2021. 11. 9. 17:14Travel

오전 10:30 - 풍뎅이 호스텔 체크아웃

항상 여행 날 아침이면 부지런히 일찍부터 움직이지만, 오늘은 조금 느지막이 다 나가고 나서 일어났다. 오늘은 산에 올라갈 예정이라, 화장은 따로 하지 않았다. 역시 화장을 안 하니까 한결 편해진 느낌. 어제 대충 짐 정리는 했지만 마지막으로 짐 정리해놓고, 첫날에는 못했던 호스텔 객실 내부를 찍었다. 여성전용 도미토리는 본관이 아니라 별관에 위치해있는데, 어차피 바로 맞은편 건물이다. 그리고 도미토리 실은 총 3개실이었는데, 각각 몇 개의 침대가 있는지 자세하게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있던 방은 8개! 외출할 때면 블라인드를 내려놓고 나가면 된다.

베드는 여덟개, 난방/냉방은 자율적으로

베드 내부도 꽤 아늑한 편. 예전에 일본에서 도미토리 썼을 때 높이가 그닥 높지 않아서 일어나다가 머리 부딪힌 적도 있었는데, 풍뎅이 호스텔 도미토리 베드는 신장 150 후반대 기준 높이도 여유 있는 편. 안에서 옷 갈아입기 쌉가능😆👍덕분에 저녁마다 안에서 일기도 쓰고 영화도 보고 했다! 옆에 옷걸이도 세 개나 있어서 2박 3일 옷도 옆에 걸어놓고 잘 지냈다.

아늑한 내 침대❤

아쉬운 점은 화장실 겸 욕실... 너무 관리 안하신 티가 나지 않았나 싶다. 여기 욕실이 화장실이랑 벽 하나로 나눠서 같이 있는데, 북적일 때 다른 사람 한 명이라도 마주치면 너무 머쓱하다() 자꾸 도미토리 하니까 일본 얘기가 나오는데... (당연함. 도미토리 쓴 기억 일본이 유일함.) 아무튼, 욕실 따로 화장실 따로 만들어서 욕실 안에 부스랑 옷 갈아입을 수 있는 공간도 따로따로 만들었는데. 개인적으로 도미토리임에도 불구하고 쾌적하게 씻었던 기억이 난다. 여기는 욕실 안에 물때도 좀 보이고, 황량해서 썰렁하기도 하고 옷 갈아입을 공간도 없어서 사장님의 배려가 약간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바깥에 메이크업 스탠드 만든 건 굿 아이디어! 화장솜이랑 면봉에 드라이기까지 무료 제공이라 마음껏 쓸 수 있다. 

다소 아쉬웠던 욕실&화장실과 괜찮았던 메이크업 스탠드

다시 체크아웃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다시 체크인 하기 전에 갔던 본관으로 가서 체크아웃을 사장님께 알리고, 짐은 평상에 두고 불국사/석굴암 가는 버스를 타러 고고고!

풍뎅이 호스텔 별관

 

11:30 - 불국사 도착

경주여행의 꽃, 불국사에 도착했다. 내가 있는 숙소 근처 버스 정류장인 '고속터미널'에서 10번, 11번 버스를 타면 된다❤👍 (역시 만능 10번, 11번 버스. 시간표가 궁금하다면 경주여행 Day 1 글을 참고!) 딱 한 시간 남짓 버스를 타고 가면 토함산 아래 불국사 입구에 도착하게 된다.  딱 불국사 정문 앞에 도착하는 건 아니고 입구에서 내려서 한 10분 정도 올라가면 그제야 정문이 보인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보이는 풍경과 불국사로 올라가는 계단
불국사 정문과 천왕문으로 건너가는 다리
사천왕이 크왕하고 반겨주는 천왕문

금요일 오전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정문 바로 옆에 있는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들어가니 토함산의 단풍이 보였다. 다리를 지나가는 대신, 다리랑 단풍을 찍으려고 연못을 빙 둘러 걸어갔다. 연못을 건너가면 천왕문이 보인다. 천왕문 안에 사천왕들이 관광객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천왕문을 지나면 청운교와 백운교가 보인다. 나도 처음에는 왼쪽 오른쪽으로 나눠서 청운교와 백운교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위쪽이 청운교, 아랫부분이 백운교였다! 이 다리는 불국 정토로 들어가기 위해 건너는 다리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실제 신라시대 때는 아래에 연못이 있던 건 아닐까 추측하기도 한다고 한다. 현재는 청운교 백운교를 걸어서 건널 순 없고 옆에 있는 길로 올라가면 불국사 구경의 정점인 다보탑과 석가탑이 있다.

청운교와 백운교
절의 중심, 대웅전
다보탑과 석가탑

드디어 대웅전이 보이면서 다보탑과 석가탑이 보인다! 10원짜리 뒷면에 새겨진 다보탑은 불국사가 세워지면서 같이 세워졌고, 현재는 국보 20호로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일 때 일본인에 보수되면서 많이 훼손된 모습을 보이는데, 가장 안타까운 건 석수 4마리 중에서 한 마리만 남은 거라고 생각한다. 없어진 사자상 중에 1개는 현재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보관 중이며, 나머지 두 개의 사자상은 아직도 행방을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석가탑. 석가탑하면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바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발견한 곳이 석가탑 내부에 있는 사리함이다. 다보탑에 비해 조금 심심한 디자인이지만,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건축물이다. 게다가 석가탑에는 백제인 석공 아사달과 아사녀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있는 무영탑 전설도 유명하다. 

대웅전 뒤쪽으로 가면 그래도 사람은 조금 적어진다. 뒤로 무설전과 관음전, 비로전을 지나게 된다. 특히 요즘 기도를 드리고 있는지, 연꽃 장식과 꽃 화분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 단풍만큼이나 눈을 즐겁게 한다.

또 비로전 건물 바로 옆에 돌탑이 빼곡하게 늘어선 걸 볼 수 있다. 신라시대에는 돌탑이 마치 기러기떼가 날아가듯 경주 곳곳에 빼곡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이유는 불전 중 하나인 법화경에서 탑을 쌓는 행위를 통해 부처가 된다고 나와 있어 돌탑을 쌓아 자신의 소원을 기원하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나도 취업시켜달라고 돌탑 하나 쌓아보고 싶었는데 남이 쌓은 소원 부수기가 애매해서 그냥 열심히 사진만 찍고 나왔다.

 

오후 1:00 - 석굴암 도착

불국사 매표소에서 오른쪽으로 난 코스를 따라 등산하거나, 석굴암까지 난 도로를 통해 운전을 해서 석굴암에 도착하는 방법이 있지만! 간죽간살 청바지 입고 온 뚜벅이 여행자에게 등산은 고생이며, 운전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방법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12번 버스. 시내버스 번호를 받고 석굴암 입구-불국사 매표소-불국사 입구 요렇게 왔다 갔다 하는 버스라 셔틀버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차 6시 30분 이후에는 터미널까지 오가는 엄연한 시내버스다. 그래서 요금체계도 똑같이 현금 1700원, 카드 1650원이다. 불국사 정문에서 주차장 매표소 있는 쪽으로 빠져나와서 왕복 2차선 도로 건너면 버스 정류소다. 해당 버스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있으니 가기 전 반드시 시간표를 알아보는 게 좋다! 나는 운이 좋게도 도착하기 5분전에 정류장에 도착해서 얼마 안기다렸다 :)

12번 버스 시간표와 불국사 전망대쪽에서 보이는 경주시 불국동 전경

드래프트가 오지는(?) 베테랑 기사님의 버스를 20분 정도 타고 가면 석굴암 주차장에 도착! 석굴암 정문 바로 앞에 불국대종각을 지나치면 매표소가 나온다. 석굴암도 불국사와 마찬가지로 어른 6,000원! 때맞춰 가면 문화해설사님 설명도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참고로 석굴암도 바로 나오는 게 아니라 한 15분정도 산길을 걸어야 나오니, 부모님 모시고 가실 땐 편한 신발을 준비하는 게 좋을 거 같다. 다와 가면 아래 사진처럼 빼꼼히 수광전의 모습이 보이면 거의 다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수광전 위쪽 왼편으로 큰 돔이 하나 보이는데, 그게 바로 석굴암이다. 참고로 석굴암 내부를 촬영하는 것은 금지한다.

불국대종각과 석굴암 정문
석굴암으로 올라가는 길
본존불이 있는 석굴암

 

오후 3:00 - 마지막 황리단길 구경

6시 25분 기차에 타기 전 식사를 하려고 불국사 앞에서 일부러 식당에 들리지 않았는데, 황리단길 식당 대부분이 3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덕분에 첫날에 가려고 했던 여주가도는 당연히 못갔고, 대부분의 식당이 쉬는 와중에 쉬지 않는 식당을 찾다 우연히 둘째날에 앞을 지나갔던 '개정'에 들어가게 됐다. 

깔끔깔끔한 개정
맛있는 육회비빔밥과 물만두

오픈한 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깔끔한 내부에, 복도나 외부에 테이블이 있는데 거기서 물도 흐르고 있었다. 일단 가장 맛있어보이는 육회 비빔밥을 주문하고, 추가로 물만두도 부탁드렸다. 음식맛은 딱 깔끔함. 육회 양도 많고, 물만두 양도 많아서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블로그 후기는 대부분 부모님이나 어린 애들 데리고 가신 분들이 훨씬 많았다. 아무튼 간당간당하던 핸드폰 배터리도 룸 안에 콘센트가 있어서 여기서 충전하고 한숨 돌렸다.

가봉반과
고즈넉한 느낌이 너무 좋았던 분위기와 화과자+오미자차⭐
가봉반과 메뉴판 참고하세요🤭

그리고 약간 부른 배를 통통 두들기며 간 곳은 내가 둘째 날때 가보고 싶었던 화과자 한옥카페 '가봉반과'! 밀가루 케이크보다 단팥 양갱, 만쥬를 더 좋아하는 편이라 발견하자마자 꼭 가보고 싶었는데, 둘째 날은 휴가기간이라 또 못갔다. 다행히 북적이는 타임대도 지나고 딱 한가할 때 쯤에 가서 화과자도 두개나 먹고, 맛있는 냉오미자차도 마셨다. 개인적으로 화과자 너무 맛있어서 배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나중에 여유될 때 꼭 화과자 공부하는 곳 찾아봐야지(^0^)/

어서어서 서점 전경
내 읽는 약? 읽는 책!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서점 어서어서. 출판사에서 일한 짬밥이 아직도 있는지 서점을 항상 찾아보게 되는데, 황리단길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이 바로 어서어서였다. 문학 전문 서점이지만, 에세이도 팔고 사진집도 판매하고 있으니 한번 들려보면 좋을 거 같다. 다만 기대했던 게 독립서적물을 팔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여기서 책을 사면 마치 처방전처럼 생긴 봉투에 책을 포장해준다. 이름도 제대로 써주시고, 책갈피를 주시는데 입구 바로 앞에 있는 스탠드에서 도장 찍어서 커스텀도 가능하다. 이번에 산 책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에세이스트 임진아 작가의 <오늘의 단어>와 근대 페미니스트 운동가이자 화가 나혜석의 <조선 여성 첫 세계 일주기>. 좋아하는 작가님과 '여행'이라는 주제에 맞춰서 약간 무리해서 2권 구매했다(ㅎㅎ)

바이바이, 경주!

 

저녁 6:10 - 신경주역 도착

서울로 올라갈 때는 KTX를 타기로 했다. 영등포역에서 내리기로 했는데, 고속버스랑 별 차이 없어서 KTX를 타보기로 했다. 보통 가족여행을 다닐 때는 기차보다는 엄마 차를 타고 다니거나 고속버스를 타고 다니는 지라, 기차 탈 기회가 있으면 꼭 타본다. 일단 5시 40분 쯤에 풍뎅이 호스텔에서 짐을 찾아서 매고, 버스를 기다렸다. 원래 6시까지 신경주역에 여유롭게 도착하는 게 내 머릿속 계획이었는데, 55분이 되도록 버스가 도착하지 않아서 택시를 타야되나 고민했다. 마침 55분에 버스가 와서 6시 20분에 신경주역에 도착할 거 같아서 조마조마 했지만, 또 버스 아저씨의 매드맥스(ㅋㅋㅋ) 덕분에 10분에 도착! 25분에 신경주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신경주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