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마이 카

2022. 1. 6. 21:43Movie

2022년 첫 영화! 동생이 영화 본 다길래 냉큼 따라나섰더니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게 됐다. 감독의 전작인 <해피 아워>를 통해 해당 영화에 대한 개봉 여부만 어렴풋이 알고 있다 줄거리 한 줄조차 모르고 관람하게 되었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예술영화의, 아무런 상관없는 예쁜 그림이 가득할 뻔함이 있는 영화인 줄 알았는데 굉장히 단단한 주제를 가지고 있어 러닝타임이 지날수록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칸의 극본상 수상에 수긍이 가는 영화였다.

연극 연출가이자 배우인 '가후쿠'는 극본가인 '오토'와 부부다.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부부였지만 그들에겐 한가지 아픔이 있는데, 바로 딸이 일찍 세상을 떠버린 것. 그 이후 아이를 갖지 않은 채 살아가지만, 우연히 가후쿠가 오토의 외도 사실을 목격하며 두 사람 사이엔 균열이 생기고 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토가 급사하고 만다.
그리고 2년 후, 가후쿠는 히로시마의 연극제에 연출가로 초청되어 운전사 '와타리'를 소개받는다. 남에게 차를 맡기는 걸 썩 내키지 않던 가후쿠의 맘을 돌릴 정도였던 와타리의 훌륭한 운전 솜씨와 아내가 녹음한 테이프로 연극 대사를 연습하는 가후쿠의 오래된 습관을 통해 둘은 점점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가후쿠가 연출하는 연극에서 배우의 갑작스러운 하차로 개연 직전 혼란한 상황을 맞이하고, 그런 그가 와타리에게 홋카이도에 있는 와타리의 옛집으로 가자고 요청한다. 산사태로 무너진 집 위로 덮은 하얀 눈을 보며 두 사람은 그동안 외면했던 과거를 인정하고 그런데도 살아가자며 다짐한다.

러닝타임은 3시간 정도로 기존과 비교하면 길다. 그만큼 필요 없는 장면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실제로 영화의 어떤 장면도 쓸모없던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투명하고 얇은 레이어같은 장면들이 모여 공간감이 돋보이는 수채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특히 가후쿠와 이야기의 갈등을 만들어 낸 어느 인물 간의 긴 대화 장면과 홋카이도에서 가후쿠와 와타리 서로의 슬픔을 안는 장면에서 영화의 주제 의식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첫 인상은 분명히 어렵게 느껴진다. 냉한 주인공들의 표정과 운전이 뜻하는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임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그 속에 '살아간다'는 행위에 따뜻함을 알 수 있다. 속이 깊은 상처는 결코 깨끗하게 아물지 않는다. 그렇다고 상처를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도 없다. 흉이 난 마음을 돌보며 살아가는 것, 그게 바로 삶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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