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가고시마] Day 1 : 센간엔, 사쿠라지마, 텐몬칸 거리

2019. 5. 27. 15:49Travel

 

7:50 인천공항에서 TW299편 출발
처음으로 위탁 수화물이 없는 항공편을 타게 됐는데 이른 아침 시간표라 전날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영화 2편(악인전, 엔드게임)을 보고 12시 넘어서 셀프 체크인을 하고 면세 구역으로 진입. 위탁 수화물 따윈 없으므로 백드롭할 필요도 없이 보안 검사 맡고 탑승동으로 이동했다. 매번 사람들이 많은 인천공항만 보다가 개미 1마리도 없는 인천공항은 처음이었다. 뭔가 내가 공항을 빌린 기분...?(ㅎㅎ) 탑승동 4층 냅존에서 좀 뒹굴다 라운지 근처 샤워실에서 여유롭게 샤워도 하고 화장도 하고 면세품도 받으니 출출해져서 라운지 이용하려다가 시간이 너무 안 맞아서 롯데리아에서 새우버거 사 먹었음. 그러고도 시간이 좀 남아서 탑승 게이트 앞에서 새로 산 삼각대 셀카봉도 꺼내보고 멍 좀 때리다가 탑승(^0^)/

 

가고시마 공항의 그 유명한 족욕탕, 많은 관광객들이 여기서 막간 족욕을 즐기고 있었다.

9:25 가고시마 공항鹿児島空港에 도착
공항이 작다는데 아직 실감은 안났다. 그것보다 하네다나 칸사이나 후쿠오카 공항에서는 입국 심사하면서 사진이랑 지문등록을 같이 했던 거 같은데 여기서는 심사 전에 사진 촬영이랑 지문등록을 먼저 했다. 여기서 '오래된 공항인가...?'를 느꼈었다. 사람들이 워낙 빠르게 움직이는 탓에 환영합니다 팻말도 제대로 못 찍고 공항버스 타러 이동. 그 대신 유명한 공항 족욕탕을 찍었다 :-) 

공항버스 티켓은 자동판매기를 이용하던가 창구를 이용하면 구입 가능하다.

Tip. 공항버스 타기
가고시마 시내를 가던 이부스키를 가던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내선 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 국제선에서 출구 3번으로 나와 나온 방향으로 쭉 걸어가면 바로 족욕탕이 보이고, 족욕탕을 지나 국내선 게이트를 하나 지나면 바로 공항버스 표를 살 수 있는 창구와 자동판매기가 나온다. 텐몬칸 또는 가고시마 츄오역행은 2번 정거장에서 탈 수 있다. 텐몬칸/가고시마 츄오역행 기준 편도 1,250엔이며 40~55분 정도 소요.

 

11:00 텐몬칸에 도착, 호텔에 짐 맡기기
텐몬칸 거리에 들어오면서 내가 오늘부터 2박 3일 묵을 호텔의 위치가 잘 보였다. 매번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야만 나오는 게스트 하우스나 체인점이 없는 호텔에서 묵었는데 딱 눈에 띄이는 걸 보고 이래서 대로변에 있는 호텔을 잡나 싶었다. 내가 묶게 된 호텔은 '가고시마 워싱턴 호텔 플라자'. 비즈니스호텔임에도 불구하고 시설이 잘 되어 있었고 청결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 데다가 무려 '사쿠라지마'가 보이는 뷰라고 해서 결정했다. 예약하면서 얼리 체크인이랑 되도록 높은 층수의 객실에 배치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객실 배치는 됐는데 얼리 체크인이 안 되는 바람에 호텔에는 그냥 짐만 맡기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11:20 텐마치 살롱에서 웰컴 큐트 패스 구입
웰컴 큐트 패스는 가고시마의 시내를 자유롭게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진 교통패스권으로, 가고시마츄오역은 츄오역 내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구입할 수 있고 텐몬칸은 텐몬칸 상점가 안에 있는 텐마치 살롱에서 구입할 수 있다. 그래서 바로 구글 지도를 켜서 텐마치 살롱으로 이동해서 큐트 패스를 구입했다. 설명도 친절하게 해 주시고 오늘 사용한다고 말씀드렸더니 그 자리에서 사용일자를 동전으로 긁어 등록했다.

Tip. 웰컴 큐트 패스
가고시마 시영 버스, 노면 전차, 페리, 가고시마 시티뷰 버스, 관광전차, 요리미치 크루즈, 사쿠라지마 아일랜드 뷰 버스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1일 혹은 2일 교통 패스권. 성인 기준 1일권은 1,200엔, 2일권은 1,800엔.
자세한 내용은 가고시마 관광청 홈페이지에서 참고! (https://www.kagoshima-kankou.com/kr/touristpass/)

 

센간엔

12:20 센간엔仙厳園 도착
텐몬칸에서 센간엔까지 시티뷰 버스를 타고 갔다. 시티뷰 버스는 30분에서 1시간 사이의 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막차시간도 꽤 이른 편이므로 시간표를 꼭 확인하는 편이 좋다. 나도 텐몬칸에서 출발하기 전에 시간이 좀 붕 뜬 바람에 텐몬칸 상점가를 어슬렁거렸다. 마침 시티뷰 버스에서 어느 일본인 할아버지가 내 옆에 앉았는데 센간엔에 도착하기 직전에 대화도 나누고 일본어를 잘한다고 칭찬해주셔서 기분 좋게 도착할 수 있었다. 앗 근데 센간엔에 도착하자마자 꾸물거렸던 하늘에서 빗줄기가 하나둘씩 떨어지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별거 아니다가 갑자기 후드득 떨어지길래 당황했다가 다행히도 센간엔에서 우산을 빌려줘서 관광을 할 수 있었다.

 

오카테이의 케이항 정식
오카테이에서 바라본 센간엔 풍경...은 내가 비쳐지고 있다...ㅎㅎ

12:30 오카테이桜華亭에서 점심식사
내 먹부림 버킷리스트 가장 첫 번째 순서는 바로 케이항鶏飯! 케이항은 가고시마 현에서 아래쪽에 위치한 아마미奄美라는 곳의 향토음식으로, 예전에 커뮤니티에서 가고시마에 왔으면 케이항을 한번쯤 먹어보는 걸 추천이라고 해서 그 시작을 센간엔 안에 있는 오카 테이에서 끊어봤다. 입장하자마자 사쿠라지마가 보이는 뷰에 앉혀주시고 메뉴판을 보여주셨는데 나는 바로 케이항 정식을 주문했다. 원래는 사쿠라지마가 잘 보이는 곳이었는데 하필 오늘 비가 와서 구름이 끼는 바람에 잘 보이진 않았다. 게다가 오카테이에서 좌석 앞에 '날씨 좋을 때 보이는 사쿠라지마' 사진을 놔두는 바람에 내 아쉬움은 두배가 되었고....(;ㅁ;) 하지만 비오는 센간엔은 꽤 운치 있었으니까 그걸로 됐다.
한 5~10분 정도 기다리니 케이항 정식이 나왔는데 일식의 깔끔함이 돋보이는 플레이팅이었다. 과일과 야채 텐뿌라 튀김, 해초 초절임, 묵회 그리고 밥과 고명 그리고 케이항 국물 이렇게 구성되어 있었다. 그동안 먹었던 일식 중에서는 케이항이 가장 담백한 맛을 지니지 않았나 싶다. 사실 오차즈케랑 비슷한 모양새지만 오차즈케는 차를 부어서 먹는 거라 차의 씁쓸함이 남지만 케이항은 닭 육수가 베이스인 국물이기 때문에 뒤에 고소한 풍미가 끝에 남아서 오차즈케보다 더 맛있었다. 게다가 유자를 썰어서 넣었는지 느끼하다 싶을 때 씹히는 상큼함이 고기의 담백함을 더 잘 살려주었다.

13:10 센간엔 본격 구경
센간엔은 만약 가고시마를 또 한번 가게 돼도 센간엔은 또 가고 싶을 정도로 풍경이 멋졌다. 보통 일본식 정원 하면 다듬고 짜 맞춰서 정형화한 모양을 떠올리기 쉽지만, 센간엔은 사쿠라지마와 그 뒤에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어울리게끔 정원을 설계해, 센간엔이라는 그림에 머물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개인적으로 날씨가 환한 날에 사쿠라지마가 훤히 보이는 것도 좋을 것 같지만, 본관에 중앙 정원 테두리에 설치한 의자에 앉아 추적추적 빗소리를 듣는 것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여행은 하나가 아쉽다고 생각하면 끝도 없이 아쉬워지니 이럴 때도 있지 하면서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지나가야 할 때도 있다.

우산에 톡톡 떨어지는 빗소리와 우거진 초록이 소박한 멋짐을 자아낸다.
너른 들판에 있는 의자에서 한참이나 서서 풍경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가고시마 시내가 보인다.
본관으로 들어가기 전엔 신발을 벗고 들어간다. 안에 다양한 전시품과 안내가 준비되어 있다.
여행 첫째날 제일 좋아했던 순간, 중앙 정원에 앉아 빗소리를 듣던 그 순간.

 

15:00 호텔 체크인
원래 내 계획은 센간엔에서 바로 사쿠라지마로 출발하려고 했는데, 센간엔에서 우산을 빌려줬기에 망정이지 우산이 없으면 거의 구경이 힘들 지경이었다. 그래서 호텔로 체크인을 마저 하고 짐을 좀 정리한 다음에 우산을 갖고 사쿠라지마로 향하기 위해 호텔로 다시 돌아갔다. 호텔 객실 배정은 14층. 가고시마 시내가 보이면서 사쿠라지마도 보이는 그런 뷰의 방이라 아주 만족스러웠다. 뒤섞여 있는 에코백 안의 짐들을 정리하고 다시 사쿠라지마로. 페리 터미널까지는 노면 전차를 이용해 수족관 앞에서 내려서 걸어갔다.

 

가고시마에서 출발하는 사쿠라지마행 페리

16:10 사쿠라지마 도착
배를 타본지 얼마나 됐을까? 제주도 갈 때도 비행기를 이용하는 편이나 배를 이용하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아주 오랜만에 페리를 타게 됐다. 페리 안에는 관광객들은 얼마 없었으나 사쿠라지마에 거주하는 학생들이나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배로 10~15분 정도 가서 사쿠라지마 터미널에 도착했다.

16:30 사쿠라지마 아일랜드 뷰 막차 승차
사쿠라지마는 여행 내내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아까 아쉬움은 여행의 추억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했지만 가끔은 이렇게 추억으로도 남길 수 없는 아쉬움을 둬야 다음에 이 여행지로 올 수 있는 원동력으로 바뀌기도 한다. 사쿠라지마는 나에게 그런 존재이었던 모양이다. 날씨가 좋을 때 올걸, 호텔에서 삼십 분만 일찍 나올걸, 우비를 입을걸... 싶다가도 다음에 또 와야지 하고 다짐했다. 다음에는 기필코 사쿠라지마의 멋진 뷰를 감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유노히라 전망대

 

18:00 쿠로카츠테이 텐몬칸점黒かつ亭天文館店에서 저녁식사
쿠로카츠테이는 가고시마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에서도 유명한 흑돼지 돈가스 전문점이다. 이왕 가고시마에 왔으면 본점을 가야 하는 게 맞지만 본점은 웨이팅이 긴 편이라 나는 간단하게 미나미 일본은행 본점 근처에 있는 텐몬칸점으로 들어갔다. 사실 본점이랑 비슷할 줄 알고 간 거였지만 텐몬칸점은 꼬치구이집도 겸업하는 곳이었다(^^;) 그래도 맛은 좋았다. 저녁식사로 주문한 메뉴는 상 로스카츠 정식.
일식 돈까스는 보기에 비해 양이 적고 느끼한 편이라 한국에서는 경양식 돈가스를 좋아했는데, 쿠로카츠테이의 돈가스는 질기지도 않고 담백해서 전혀 다른 신세계를 보여줬다. 특히나 찍어먹는 디핑소스를 세 가지(일반 소스, 된장소스, 소금)를 주는데, 특히나 된장소스가 돈가스의 느끼한 기름 맛을 잡아주면서 뒤이어 밥을 함께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금은 밥보다는 돈가스를 안주로 해서 시원한 생맥주를 끼얹어주면 안성맞춤이었고! 돈가스뿐만 아니라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서 데친 요리, 미소시루, 양배추 샐러드까지 정식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1,560엔이 아깝지 않았다. 게다가 샐러드와 밥은 리필 가능. 이만하면 가고시마에서 가성비 있게 먹지 않았나 싶다. 덕분에 나오면서 맛있었다고, 잘 먹었다고 한마디 건네드렸다.

가게 안에 진열되어 있는 고구마 소주와 그날 저녁으로 먹은 돈까스 정식
쿠로카츠테이 텐몬칸점은 쿠로베에라는 꼬치집과 겸업하고 있다.

 

19:00 텐몬칸 거리, Loft, 돈키호테 구경
빵빵한 배를 통통 두들기면서 이대로 호텔로 돌아가기에는 아쉬워져서 소화도 시킬 겸 텐몬칸 거리를 구경하기로 했다. 버스나 전차를 타면서 대충 텐몬칸 거리가 이해가 되서 아주 헷갈릴 때가 아니면 구글 지도를 켜지도 않고 계속 걷기로 했다. 텐몬칸 거리를 중심으로 여러가지 상점가가 뻗어있는데 그 뻗어있는 상점가로 요리조리 다양한 가게도 보고 사전 조사하면서 가보고 싶었던 식당들이나 디저트 가게도 있었다. 원래는 호텔도 들어가기 전에 무쟈키むじゃき에서 시로쿠마 빙수를 먹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돈가스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아 사쿠라지마로 가면서 본 Loft로 향했다. 일본어 과외를 받고 있는 친구를 위해 문구류를 사줄까 싶었지만 여러가지 고민되는게 많아서 결국 폐점시간까지 고민만 하다가 퇴장(ㅠ0ㅠ...) 엄마가 사론파스 좀 쟁여오라길래 호텔 옆에 있는 돈키호테 가서 사론파스만 사서 나왔다!

20:30 패밀리마트에서 군것질 사서 호텔로 복귀
돈키호테 들어가기 전에, 호텔 근처에는 로손 밖에 없길래 Loft 근처에 있는 패밀리 마트가서 푸딩이랑 아카타마 펀치(와인 하이볼), 텐푸라 미니소바 하나 사서 호텔로 돌아갔다. 일본어를 예능으로 배워서 그런지 일본 여행을 오면 티비 보는게 하나의 낙이라 티비보면서 간식들 좀 먹으려고 했더니, 티비에 재밌는 거 하나도 안하길래 뭐지 했는데 BS 채널 들어가서 왜 아무것도 안하지 하고 있었다... 어쩐지 다 뉴스 프로그램이다 했더라... 디지털 채널 들어가서 간만에 나카이랑 츠루베가 하는 예능보면서 하루를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