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리

2019. 5. 28. 16:15Movie

저녁을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티비 채널을 요리저리 돌려보다가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툴리가 하고 있길래 리모컨을 내려두고 보게 됐다. 한 몇분 봤을까, 주인공인 샤를리즈 테론의 이름은 가물가물 했지만 어쩐지 영화 속의 인물은 짠하고 익숙했다. 게다가 생각보다 엄마의 반응이 괜찮아서 결국 끝까지 보게 되었다.

주인공 마를로는 두 아이, 아니 곧 태어날 아기까지 세 아이의 엄마다. 만삭의 몸으로 지난주 금요일까진 출근을 하고 영화 배경 속 당일 아침에는 아이들 픽업도 해준다. 아이의 아빠는 늘 일에 치이느라 육아에는 관심도 없고 조금 특이한 둘째마저 그녀의 속을 썩이느라 늘 피곤함을 달고 살고 있다. 그러다 마를로가 오빠 집에 놀러갔다가 오빠에게서 야간 보모의 연락처를 받고, 남의 손에 아이를 키우기 싫다던 마를로는 연락하기를 차일피일 미루다 드디어 셋째 미아를 보게 됐다. 하지만 미아를 낳고나서 늘어난 일거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던 마를로는 결국 야간 보모에게 전화를 하게 되고, 야간보모는 '미아'뿐만 아니라 '마를로'를 돌보러 왔다며 그녀를 육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해주며 점점 안정적인 일상을 되찾게 해준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야간 보모가 마를로에게 단순히 평화로운 나날을 다시 돌려준다는 이야기에서 끝난다면 이 영화가 그렇게 호평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를 꼭 끝까지 지켜보게 만들 포인트가 있으니 이건 꼭 직접 확인해봤으면 한다. 

<툴리>를 볼 수록 육아에 지쳐가는 마를로의 모습을 볼때마다, 티비에서 보던 '탄생의 기쁨, 육아의 뿌듯함'이라는 주제의 다큐가 머릿속으로 지나갔다. 엄마에게 어떤 게 진짜냐고 묻자 둘 다 진짜라는데, 조금은 혼란스러웠다. 개인적으로 나는 비출산주의자다. 금전적인 문제를 다 떠나서, 내가 낳은 그 아이의 정체성와 신념을 만들어 내는 게 '나'라는 자체가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때부터 지금까지도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책임질 수 없으므로 키우지 못하는데, 나이를 먹은 내가 고양이도 아니고 사람을 과연 책임질 수 있을까? 이 영화 마지막에 마를로가 야매(?) 요법으로 둘째를 솔질해주려는 그 때, 둘째가 마를로에게 그 솔질 효과가 있냐고 물으며 나는 그냥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좋다고 말해주는데 묘한 감정이 들었다. 독박육아라는 걸 떠나서 아이를 '키운다'는 행위 자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주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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