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고르듯 살고 싶다

2019. 7. 4. 20:03Book

지난번 도서전에서 사온 책이다. 사고 싶은 책은 많았는데, 가벼운 주머니 사정때문에 딱 한 권만 골라야 했었다. 처음 부스에 도착했을 때는 이 책 헤집어 봤다 저 책 헤집어 봤다 하다가 결정이 도저히 안서길래 그냥 포기하고 나왔었다. 그러다 B홀로 넘어가 성심당에서 튀소 하나 먹고 다시 둘러보니 운명처럼 이 책이 눈에 띄었다. '빵 먹었으니 빵 책 한번 보지 않으련?' 책이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마침 이 책의 저자 임진아 작가님도 일일 점원으로 나와계시길래 싸인도 쓱싹 받아버렸다. 이쯤되면 이 책이 정말 도서전이 점찍어준 운명의 책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렇게 사놓고 잊어버리다 지난주 주말에 광주로 내려가는 길에 읽기 시작했다. 내가 잘 안 읽는 장르가 자기계발이랑 에세이였는데, 요즘따라 에세이가 왜 이렇게 잘 읽히는 지 모르겠다. 특히나 이 책은 한적한 카페에서 두란두란 이야기하듯이 여유롭게 읽혔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분위기를 가진 친구랑 대화하듯 말이다. 책 내용은 작가가 일상에서 느꼈던 것들을 빵에 비유하고 있는데, 매우 담백한 문체와 알맞게 딱 떨어지는 감성을 갖고 있다. 아 참,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입 안이 빵 맛이 났다. 특히 '식빵' 챕터를 읽다가 푹신푹신하고 특유의 촉촉한 그 느낌이 계속 맴돌길래, 결국 곡물식빵에 버터를 발라 먹었다. 그렇게 주말에 3분의 4를 읽고 오늘에서야 다 읽게 되었다.

아마 열이면 열,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겠지. 각자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대로 행복하게 말이다. 근데 이 책을 읽다보니 어느 날 행복이 데굴데굴 굴러오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있는 마음 속의 통장에 행복을 하나 하나 저축하다보면 적금만기처럼 다가온다고, 그렇게 느껴졌다. 갑자기 <중쇄를 찍자(重版出来)> 드라마가 생각난다.  주인공이 다니는 출판사 사장님이 말하길, 착한 일을 할수록 운이 쌓인다고 한다. 운이 모이는 것처럼, 우리도 행복하기 위해선 소소한 생각과 재미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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