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2019. 8. 24. 16:19Book

 

어릴 땐 소설, 그것도 일본 문학책을 많이 읽었었는데 요즘은 에세이가 잘 읽힌다. 왜인지 생각하다 보면 같은 고민을 했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알고 싶어서 그런 거 같다. 이번 주 읽은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도 그 이유에 아주 부합하는 책이다. 처음은 운동하면서 듣는 리딩북으로 접하게 됐다. 리딩북을 읽어주는 사람이 저자 서메리 씨였는데, 아무래도 전문 성우나 배우가 아니다 보니 긴장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셨지만 이내 책의 내용인 회사를 퇴사하게 된 일련의 과정과 프리랜서를 결심하면서 그 속에서 느낀 점들을 공감하면서 실제 책으로 읽고 싶어져, 바로 이북을 열람하였다.

이 책은 저자가 퇴사를 결심하고 영문 번역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프리랜서로 독립하기까지 겪은 일련의 일들을 에세이로 풀어냈다. 개인적으로 나는 저자가 퇴사를 결심하고 다른 일을 해보고자 좋아하는 일을 써내려갈 때 무엇을 좋아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참 공감 갔다. 나도 공백기를 겪으며 전공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알아보려고 할 때 내 취향을 떠올리면서 막막한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우울한 감정이 살아나면서 저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깨달았다. '프리랜서'하면 막연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자택근무로 여유로워지는 일상과 프로페셔널하게 일하는 모습이었는데, 사실은 직장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게다가 회사에서는 알아서 처리해줬던 계약이나 세금 업무들을 프리랜서가 되면 혼자서 처리해야 한다는 점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흔히들 퇴사하면 그동안 누릴 수 없었던 자유들을 이야기 하곤 하는데, 실제로도 퇴사를 다루는 책도 자유 이후 책임져야 할 일들에 대해서 논하고 있진 않다. 왜인지는 잘 알고 있지만, 어쩔 땐 부러운 기분보다 선동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회사를 입사하는 것이 다였던 나에게 새로운 궁리를 던져주는 계기도 되었다. 직장인과 직장인이 아닌 것, 두 가지로만 존재했던 내 선택지에 프리랜서라는 또 다른 길을 알려주었고,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되는 상대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나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방황과 아픔이 있을지라도 인내심으로 묵묵히 걸어간다면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이 열릴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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