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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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문구
나는 노트필기를 좋아하면서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내 공부방법이 그닥 효율적이지 않았다는 점도 이유였지만, 한번 쓴 노트필기는 두번 다시 보지 않는다는 게 한 몫했던 것 같다.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공부를 하는게 아니라, 다이어리를 꾸미는 것처럼 노트를 필기하는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면서 문구류에 관한 지대한 관심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어릴 때부터 하루의 낙은 동네 문방구 매장 한복판에 있던 펜 판매대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 교보문고 그 향보다 좋아했던 냄새는 문구점 특유의 쿰쿰한 공기. 그런 나에게 는 근래 읽었던 책 중에 가장 마음을 설레게 했다. 사실은 이전에 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여러가지로 어려워서 출근 길에 읽다가 잠시 포기하던 참에 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나 저제나 밀리의 서재..
2019.09.13 -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최근에 에세이외의 다른 종류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밀리의 서재 리딩북을 찾다가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라는 책을 발견했다. 어쩌다 보니 직장생활과 관련된 책을 자주 접하게 됐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을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일상이 쳇바퀴 같고 지겹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일과 또 다른 재미를 찾아가며 살아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주인공 미치코는 어느 작은 출판사의 영업부의 파견사원으로, 매일 거절을 못하는 성격 때문인지 얼마 전에는 4년간 사귀었던 남자 친구와의 이별을 겪었다. 매일이 우울하고 그저 그런 일상을 지내고 있던 중에 미치코의 상사이자 영업부의 부장 아츠코(이하 앗코짱, 와다 아키코와 닮은 외양 때문에 앗코짱이라고 불림)와 일주..
2019.09.01 -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어릴 땐 소설, 그것도 일본 문학책을 많이 읽었었는데 요즘은 에세이가 잘 읽힌다. 왜인지 생각하다 보면 같은 고민을 했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알고 싶어서 그런 거 같다. 이번 주 읽은 도 그 이유에 아주 부합하는 책이다. 처음은 운동하면서 듣는 리딩북으로 접하게 됐다. 리딩북을 읽어주는 사람이 저자 서메리 씨였는데, 아무래도 전문 성우나 배우가 아니다 보니 긴장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셨지만 이내 책의 내용인 회사를 퇴사하게 된 일련의 과정과 프리랜서를 결심하면서 그 속에서 느낀 점들을 공감하면서 실제 책으로 읽고 싶어져, 바로 이북을 열람하였다. 이 책은 저자가 퇴사를 결심하고 영문 번역가, 일러스트레이터 등 프리랜서로 독립하기까지 겪은 일련의 일들을 에세이로 풀어냈다. 개인적으로 나는 저자가..
2019.08.24 -
방구석 미술관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을 읽게 되었다. 나는 전자도서관을 애용하는데, 읽고 싶은 책들을 고를 때면 항상 대출에 예약까지 꽉 차서 다음을 기약하던 책이었다. 재작년 학교 도서관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일할 때 한정희의 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미술관이나 박물관 전시에 대해서 관심이 늘게 되었다. 박물관 전시야 워낙에 역사에 흥미가 많은 편이라 배경지식이 풍부해 관람이 유익했던 적이 많았지만, 미술관은 미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적어 느낌으로만 전시를 즐기기 어려웠다. 솔직히 나 같은 '미알못'들에게는 그림이 그림이지 뭐가 중요한지 잘 모르기 때문에 같은 이런 교양서가 꼭 필요했다. 이 책은 총 열 한명의 화가를 설명하는데, 전반적인 생애에 거쳐서 그의 생애가 작품에 미치는 영향을 서술한다. 특히 역사의 배경과 작품..
2019.08.03 -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이 책의 저자를 아는 순간, 책을 읽으면 목소리가 아득히 들려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로 매주 토요일 밤 우리를 만나는 유상호 교수가 바로 이 책의 저자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스스로 수많은 말을 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나는 응당 법의학자의 범죄 관련 칼럼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사실은 그가 서울대에서 '죽음'을 주제로 교양 강의를 했던 걸 바탕으로 쓴 책이다. 책의 1부 제목처럼 '죽어야 만날 수 있는 남자'가 가장 가까이서 본 인간의 마지막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담담하게 적었다. 1부는 그가 부검했던 사례를 중심으로 죽음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고, 또 가장 많은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다루고 있다. 2부는 죽음과 관련된 윤리적인 문제에 대..
2019.07.26 -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면접을 보는데 실장님이 문득 이런 질문을 건네셨다. "L씨는 본인이 좋은 사람인거 같아요?" 늘 자문자답하기를 나는 좋은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런 질문을 면접에서 받아보니 당황스러웠다. 금세 "예!" 라고 대답했지만 여전히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좋은 사람인가?' 그 때 생각난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최근 비소설류, 특히 에세이 장르에서 늘어난 주제가 '자기 자신'이다. 예전에는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면, 요새는 좀 다르다. 나는 원래 이렇고 다른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어서 치료하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최신 트렌드의 가장 대표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프롤로그부터 참 인상 깊었다. 코미디언 김숙이 한 남성 방송인으로부터 받은 무례한..
2019.07.14